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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그리스 선거가 한국 가정에 영향 미치는 시대

입력 | 2012-06-19 03:00:00


그리스 2차 총선 결과가 나온 어제 오전, 아시아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긴축 재정을 공약한 중도우파 정당인 신민주당이 승리하자 유럽에 앞서 개장하는 아시아 시장이 환영의 반응을 보냈다. 우리나라에선 코스피가 장중 한때 1,900 선을 돌파했고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하락했다. 만일 이번 선거에서 급진좌파 시리자당이 이겼다면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을 공산이 크다. 주가 폭락에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불안이 확산되면 서민 가정의 식탁 메뉴도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사는 소규모 개방경제 통상국가여서 외풍(外風)에 특히 민감하다. 우리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경제가 유럽 재정위기에 충격을 받아 휘청대면 우리는 밑동까지 흔들릴 수 있다. 올 들어 수출 증가율이 둔화되고 내수도 부진한 상황에서 경제 성적이 더 나빠지면 12월 대통령선거 민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리스 국민이 극단좌파 대신 경제개혁을 약속한 중도우파를 택했다는 점이다. 펠로폰네소스전쟁 때부터 2차 세계대전 직후까지 위기 때마다 선동적인 정치인에게 휘둘렸던 그리스가 모처럼 현명한 선택을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신민주당의 안도니스 사마라스 당수 역시 1차 구제금융을 반대했고 1990년대 경제 개혁에도 발목을 잡은 전력이 있다. 리더십 부족으로 포퓰리즘에 약하다는 비판도 받는다.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셈이다. 그가 앞으로 좌우파의 갈등, 고질적 부패와 정실주의를 뿌리 뽑아 그리스 국민에게 개혁 의지를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리스 사태는 정치권이 부패하면 국민도 주어진 복지 혜택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었다. ‘있는 사람’부터 반칙과 특권을 잘라내지 않으면 국민이 극단주의라는 자폭 상태에 빠져 세계를 구렁텅이로 몰아갈 수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앞서 열린 비즈니스 서밋(B20) 기조연설에서 “위기국들은 당장은 고통스럽고 정치적으로 인기를 잃을 수도 있으나 구조개혁을 꾸준히 추진하여 신뢰를 회복하라”고 주문한 것은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후대에 재정 부담을 키우지 않도록 경제를 챙기는 것 못지않게 정치인은 바르게 정치하기, 유권자는 제대로 투표하기가 더 절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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