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다마 과기大 이장규 총장 통해 한국과학자 초빙 의뢰
에티오피아에서 두 번째로 큰 아다마과학기술대 도서관의 모습. 정부와 학교 측은 우수한 인재를 기르기 위해 학생들의 과학기술 교육에 힘쓰고 있다. 독고석 국경없는과학기술자회 사무총장 제공
지난해 10월 1일 국립 아다마과학기술대에 부임한 이장규 총장은 학계, 산업계, 연구계가 공동으로 연구할 시설과 공간을 만들자며 연구공원을 제안했다. ‘산학연 협력 연구단지’ 개념이 없었던 에티오피아 정부와 학교 측은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학교가 우수한 인력을 대고, 연구소가 개발하고, 산업체에서 제품화함으로써 빈곤을 탈출할 수 있었던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모델이다.
이 총장의 제안을 이해한 에티오피아 측은 학교 내에 연구공원을 조성하기로 결정하고 7월부터 예산을 전격 투입한다. 이 학교 전체 예산의 1.2%에 해당한다. 이 총장은 1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3월에는 정부 장차관과 산업체 대표들을 모아 연구공원 관련 심포지엄도 열었는데 반응이 뜨거웠다”며 “이 나라 최초의 산학협력시설에 대한 기대가 크고 잘되면 전국으로 늘리려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부임 8개월여 만에 커다란 변화의 바람이 일자 학교 측과 에티오피아 정부는 ‘더 많은 한국 학자를 모셔 달라’고 이 총장에게 요청했다.
○ 이 총장 외 7명 학장급 부임 예정
지난해 이 총장을 아다마과기대 총장으로 추천한 최영락 고려대 정보경영공학부 교수는 “에티오피아에는 한국 과학기술계의 전문가가 가져오는 변화, 이른바 ‘이장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더 많은 한국 과학자를 책임자로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올 5월 1일에는 이 총장의 추천으로 박홍이 전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68)가 아다마과기대 자연과학대 학장으로 선임됐다. 이 총장은 공대, 농대 학장 후보도 우리나라 과학자를 추천해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학교 측은 최근 경영·경제대 학장에도 한국인을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다.
에티오피아 교육부는 최근 바히르다르대 IOT 두 곳의 원장으로 한국인을 추천해 달라고 이 총장 등에게 부탁해 왔다. 이 총장은 “이런 움직임은 짧은 시간에 산업과 경제를 일으킨 한국의 경험을 배우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며 “에티오피아 총리부터 모든 정부 각료가 한국을 모델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 경제계획 수립에 한국 학자들 참여
에티오피아 정부는 2025년까지 ‘중진국’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산업 및 경제발전계획’을 만들고 있다. 에티오피아 정부 측은 단시일에 빈곤에서 탈출한 경험이 있는 우리나라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기준 한국공학한림원 전 회장은 이를 받아들여 올 4월 에티오피아 자문그룹을 꾸렸다. 최영락 교수와 금동화 전 KIST 원장, 송하중 경희대 교수, 박영일 이화여대 교수 등 공학한림원 회원과 송병준 산업연구원장, 조황희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부원장 등 6명이 참여했다. 내달 에티오피아 측과 컨설팅 계약을 맺고 올해 안에 중장기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이 외에도 에콰도르, 베트남, 튀니지, 멕시코, 캄보디아 등 많은 개발도상국이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성장한 우리나라를 배우려고 컨설팅 요청을 해오고 있다.
이명진 STEPI 본부장은 “대학의 학장, 연구소장 등을 맡거나 국가 경제의 틀을 컨설팅하는 일은 그동안 선진국들이 주로 해온 분야로 경제 원조, 인적 봉사 등에 이어 새로운 공적개발원조(ODA) 분야에 우리나라가 뛰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고석 국경없는과학기술자회 사무총장(단국대 토목공학과 교수)도 “한국형 ODA는 눈에 보이지 않는 교육과 과학기술 전수로 잡아야 할 것”이라며 “이 부분은 정부에서 계획을 세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 에티오피아 ::
아프리카 동북부에 있는 나라로, 정식 명칭은 ‘에티오피아인민민주공화국’이다. 면적은 112만7127km²이고 인구는 8800만여 명에 이른다. 수도는 아디스아바바다. 국토의 절반이 고원이고 저지대는 매우 더우며 사막도 많다. 2010년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50달러다. 우리나라와는 1963년 12월 23일 외교관계를 수립했고, 6·25전쟁 당시 보병 1개 대대를 파병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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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tmt198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