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로 19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 16일이 지났지만 개원식조차 열지 못했다. 1988년 13대 국회 이후 지금까지 국회 임기 개시 후 개점휴업은 관례가 됐다.
○ 풀리지 않는 실타래
새누리당 김기현,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는 14일 국회에서 만나 원 구성 협상을 이어갔다. 지난달 17일 처음 협상을 시작한 이래 여섯 번째 만남이었다. 이날로 국회법상 원 구성을 마쳤어야 할 시한(6월 7일)이 일주일이나 지났지만 협상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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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3개(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정무위 국토해양위) 상임위원장 중 하나를 넘겨달라는 요구를 철회하면 다른 국회활동과 관련해 민주당을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핵심 상임위 세 곳을 지키는 대신 민간인 불법사찰 등 쟁점 현안에서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날 △정수장학회 △방송사 파업 △4대강 사업 담합 의혹 △매쿼리(인천국제공항 관련) 특혜 의혹 △민간인 불법사찰 △박지만 씨 저축은행 연루 의혹 등 6건의 국정조사를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이 대선을 앞두고 이들 사안을 정치쟁점화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셈이다. 새누리당으로선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조건이다.
○ 악습은 왜 관례가 됐나
원 구성 협상이 매번 꼬인 것은 국회 개원과 맞물려 여야가 원 구성 협상을 기싸움의 대상으로 삼기 때문이다. 양당 지도부는 원내 주도권을 쥐기 위해 첫 협상부터 밀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치킨게임(자동차를 마주 달리다 피하는 사람이 지는 게임)을 벌여왔다. 여기에 소수당은 원 구성 협상과 정치 현안을 연결해 더 많은 것을 얻어내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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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구성 협상에 각종 정치 현안이 끼어들면서 13대 국회부터 18대 국회까지 원 구성에 걸린 시간은 평균 44일이다. 특히 임기 개시 직후 전반기 원 구성에는 평균 54일이 걸렸다. 국회의장단 선출은 임기 개시 7일 후, 상임위 구성은 9일 이내에 하도록 돼 있는 국회법을 상시적으로 어긴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 전진영 입법조사관은 “국회의 기본적 업무수행을 위해 틀을 갖추는 원 구성을 정치 협상의 대상이나 수단으로 삼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 실타래 풀 묘수는 없나
13대 국회 이전인 6대 국회부터 12대 국회까지는 원 구성 협상 자체가 없었다. 다수당이 모든 상임위원장직을 독식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현재도 다수당이 상임위원장 전체를 차지한다. 이른바 승자독식(winner takes all)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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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김형오 전 의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상임위 배분과 관련해 매우 구체적인 규정을 국회규칙에 담아야 한다”며 “상임위를 중요도에 따라 구분한 뒤 의석수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상임위를 사전에 정해놓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7선 의원을 지낸 조순형 전 의원은 “원 구성 협상은 1차적으로 국회 운영을 책임진 다수당이 양보를 통해 풀 수밖에 없다”며 “다만 현재 다른 상임위 위에 ‘상원’처럼 돼 있는 법제사법위의 권한을 원래대로 자구 심사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