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제품기획서 홍보까지 소비자 적극 활용
소비자가 만든 캐릭터 디자인 ‘슈퍼히어로’는 현대백화점 영패션전문관 유플렉스의 얼굴이다. 티셔츠와 백화점 매장 곳곳을 꾸미는 데 활용되고 있다. 현대백화점 제공
과거 소비자들이 인터넷에 사용 후기를 남기거나 기업의 고용된 모니터 요원으로서 이미 나온 제품의 사후 평가자 역할에 충실했다면 신프로슈머는 제3의 직원으로 활동하는 게 특징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제시했던 ‘스스로 원하는 것을 찾아 만드는 DIY(Do It Yourself) 수준의 프로슈머’에서 한발 더 나아간 셈이다.
이동훈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같은 기술의 발달로 소비자가 기업을 대변해 인터넷에서 ‘전쟁’을 벌이기도 하고, 전보다 쉽게 자신의 의견을 기업에 전달할 수 있게 됐다”며 “기업은 이들을 제품 개발자 겸 홍보인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또 소비자를 매장 ‘스타일리스트’로 모시기도 했다. 요즘 유행하는 젊은 패션은 소비자가 제일 잘 안다는 생각에서 ‘패션왕 콘테스트’를 연 것이다. 지난달 800명의 20, 30대 젊은층이 몰려 경합을 벌인 끝에 남은 최종 12명은 백화점 매장을 돌아다니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신을 꾸몄다. 1등도 고객이 직접 투표로 뽑았다. 현대백화점은 매장에 이들 소비자 스타일리스트가 연출한 패션코디를 그대로 전시하고, 이들 소비자를 백화점 페이스북 모델로도 활용할 예정이다.
‘화장한 얼굴 위에 바르는 화장품 없나요?’라며 소비자가 ‘제품 개발자’로 참여해 인기 화장품이 된 LG생활건강 숨의 ‘A-타임’ 에센스. LG생활건강 제공
보광훼미리마트는 최근 소비자와 함께 도시락을 개발하고 있다. 3∼5월 두 달 동안 요리경연대회 ‘나는 훼미리마트 셰프다’를 열고 이 대회 우승자와 함께 출전 품목을 대량 생산할 수 있도록 논의하고 있다. 훼미리마트 측은 “3개월 동안 도시락 매출이 상위 30% 이내에 들면 로열티도 지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