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보 가뭄판단지수 분석
○ 함께 타들어 가는 농민 가슴
“하늘만 바라보고 말 수는 없어 나오긴 했는데 살릴 수 있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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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양파 생산량의 17%(22만 t)를 수확하는 전남 무안군은 수확량이 20∼25%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기석 무안군청 양파마늘 담당은 “4월 이상기온과 수확기 가뭄까지 겹치니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 여주군 대신면 후포1리 민영선 이장(54)은 “4월 말에 4000m²(약 1200평) 밭에 땅콩을 심었는데 가물어서 제대로 크질 못한다”며 “지난해에는 비가 너무 자주 와서 밭작물이 썩었는데 올해는 정반대 상황”이라며 울상이다.
‘울산배’의 주산지인 울산 울주군 서생면 농민 이모 씨(63)는 “이맘때 비가 내리지 않으면 배의 크기가 형편없이 작아져 팔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남 진주시 정촌면의 매실 단지는 이상고온으로 갈색날개매미충 애벌레까지 기승을 부려 이중고를 겪고 있다.
충남 태안군은 저수지가 말라붙었고 모내기 진척률이 95%로 아직 497ha가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태안군 관계자는 “충남 일부지역에 8일 30mm가량 비가 내릴 때 태안은 비 한 방울 구경하지 못한 지역이 많다”며 “간척지 주변 농경지는 염해(鹽害·염분과다로 인한 농작물 피해) 비상까지 걸렸다”고 말했다.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9일 충남 서산 예산 지역을 방문해 농민들을 위로하고 가뭄 극복 대책 마련을 지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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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군 소원면 파도리 어촌계 소속 어민 270여 명은 이달 4일부터 가뭄으로 일본 수출길이 막히자 바지락 채취 일을 접고 마늘 수확으로 일당을 번다. 민물이 들어와 바지락 먹이인 유기물이 생성돼야 하는데 가뭄으로 유입이 끊겼기 때문이다. 먹이를 먹지 못한 바지락은 살이 빠져 상품가치가 떨어지고 작은 종패는 폐사했다. 주변의 송현 신덕 정산포 어촌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장렬 파도리 어촌계장은 “지난해만 해도 매일 12, 13t에 이르던 생산량이 올봄부터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지더니 이젠 상품성이 없어 조업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충남 서산의 대산산업단지는 용수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삼성토탈, 현대오일뱅크, 호남석유화학, LG석유화학, KCC 등 5개사는 인근 대호방조제의 저수율이 10일 현재 9.8%로 떨어지자 한동안 쓰지 않았던 아산방조제와의 직통 관로를 활용하기 위해 긴급 정비에 나섰다. 한국농어촌공사 서산태안지사 지광현 차장은 “조업 중단을 막고 주변의 농업용수를 충분히 공급하기 위해 삽교방조제(당진)의 용수도 넘겨받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올해 장마는 일주일 이상 늦는다는데…북한도 가뭄 비상
동아일보가 10일 기상청의 ‘가뭄판단지수’를 분석한 결과 전국(76개 구역)에서 가뭄상태가 ‘매우 위험’ 단계인 지역이 58곳(76.3%)이나 됐다. ‘가뭄판단지수’란 강수량, 증발량, 일사량, 날씨 등을 종합해 △습함 △정상 △가뭄(작물 피해 시작, 부분적 물 부족) △매우 위험(심각한 작물 손실, 광범위한 물 부족)으로 나뉜다. 5월 1일부터 이달 9일까지 서울은 10.2mm의 비가 내려 1910년(1.7mm) 이후 102년 만에 가장 적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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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는 영농 급수에 어려움을 겪는 충남도에 가뭄대책비 25억 원을 긴급 지원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저수율 40% 미만 저수지 98곳에 양수기를 설치하고 하천 굴착도 지원하기로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일 “4월부터 황해남도 대부분과 평안남북도, 황해북도 평원지역 강수량이 10mm에도 못 미쳤다”며 “특히 평양시 남부, 황해남도 북부, 남포시 등 서부 지역은 비가 거의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서해안의 5월 강수량은 1962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노동신문은 “황해남도의 감자와 밀, 보리뿐만 아니라 강냉이, 콩, 남새(채소) 등 모든 밭작물이 심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