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 보편화돼 발견 쉬워… 여성암 대명사지만 완치율 높아
중앙대병원 의료진이 환자의 갑상샘에 생긴 혹의 크기를 재기 위해 초음파 검사를 하고 있다. 중앙대병원 제공
▽이진한 기자=갑상샘암이 왜 급증하나요.
▽조=의사들도 궁금합니다. 사실 이는 우리뿐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등 전 세계적인 현상인데, 우리가 유독 증가 폭이 큽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초음파를 이용한 검진이 보급돼 갑상샘 혹 발견이 매우 쉬워졌다는 것이죠. 예전에는 의사가 손으로 만져 암을 발견했지만 지금은 초음파 검사로 1cm 이하 암세포를 발견합니다.
조보연 교수 중앙대병원 갑상선센터장
▽이=갑상샘암은 방사선에 노출됐을 때 잘 발생하는 것 아닌가요.
▽조=맞습니다. 방사성 물질에 대한 노출이 큰 원인이죠. 1950년경 원자력 실험을 한 미국 마셜군도 주변에서 환자가 급증했고 1970년 시카고 지역에서 행한 역학조사에서도 어릴 때 방사선을 목 부위에 많이 쪼인 환자 중에서 갑상샘암 환자가 증가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에는 방사선에 노출됐던 6세 이하 아이들에게서 사고 뒤 4∼8년 사이 환자가 많이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게 직접적으로 방사선에 노출된 사건이 없었기 때문에 10∼20년 더 지켜봐야 원인을 알 수 있을 듯합니다. 많은 연구가 뒤따라야 합니다.
▽이=사실 초음파로 갑상샘 혹이 나오면, 그 크기가 1cm 미만일 때 조직검사를 받아야 할지가 제일 고민입니다.
박영주 교수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이=대장암은 50세 이상 5년마다 한 번씩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게 하거나, 위암은 40세 이상 2년마다 위내시경 검사를 받게 하는 등 나름대로 가이드라인이 있습니다. 왜 갑상샘암은 이러한 검사 권고안이 없나요. 이 때문에 병원에선 과잉으로 초음파 검사를 진행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조=권고안을 만드는 이유는 암을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하는 것이 결국은 보건경제학적인 측면에서 이익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갑상샘암은 우연히 발견되더라도 그 시점에서 거의 완치를 기대할 수 있어 굳이 가이드라인이 필요 없는 것입니다.
▽이=그래서 일반인들은 더욱 혼란스러운 것 같습니다. 언제 어디서 발견돼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면 최대한 검사를 안 하는 것도 좋을 듯한데요. 개인 경험상 환자들에게 말할 수 있는 권고안을 말씀해주세요.
▽박=다만 가족력이 없고 건강하더라도 건강검진이나 진찰 과정에서 갑상샘이 커져 있다고 판단될 때는 초음파 검사를 해볼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이=앞으로는 갑상샘암 위험 그룹은 누구인지 통계학적으로 조사하는 작업이 필요할 듯합니다. 이 부분은 정부가 나서줘야 할 것 같습니다.
▽박=맞습니다. 갑상샘암 때문에 재발해서 치료 받을 때 고통이 너무 심하거나 치료제에 내성이 생겨 사망하는 환자가 간혹 있습니다. 생존율이 높은 암이라고 알려지다 보니 갑상샘암에 대한 병리학적인 데이터가 전혀 없습니다. 정부가 투자를 해줘야 합니다.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인데도 1980년 이후 새로 개발돼 사용하는 치료법은 없는 실정입니다.
▽이=갑상샘암 증가율이 내년에는 평행선을 달렸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합니다. 다음 회엔 수술, 고주파 치료의 허와 실, 최근 연구되는 치료법 등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