禍: 재화 화 莫: 없을 막 大: 큰 대 於: 어조사 어不: 아닐 불 知: 알 지 足: 만족할 족
한비는 하나의 비유를 더 들어 보여준다. 초(楚)나라 장왕(莊王)이 황하(黃河)와 형옹(衡雍) 사이에서 승리하고 돌아와 손숙오(孫叔敖)에게 상을 주려고 하자 손숙오는 한수(漢水) 부근의 모래와 자갈이 있는 토지를 청했다고 한다. 그 당시 초나라의 법에는 신하에게 봉록을 줄 때 두 세대를 지난 후에는 영토를 회수하도록 돼 있었는데 오직 손숙오만은 계속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토지를 회수하지 않은 까닭은 그 땅이 척박했기 때문이고 손숙오가 아홉 대까지 제사가 끊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손숙오의 처신은 우리에게 무리한 욕심이 덧없음을 보여 주기에 충분하다. 욕심이 없을 때 화는 피해가고 복이 굴러오기 마련이고 마음을 텅 비울 때 닥쳐온 위기도 쉽게 넘길 수 있는 법이다.
물론 한비가 말하고자 하는 이면을 살펴보아야 하는데, 이 말은 어찌 보면 장기적인 안목에서 모든 것을 한발 물러서서 바라보라는 측면이 더 강하다. 한비의 말처럼 ‘상대방에게 취하고자 하는 것이 있으면 그것을 주어야 하는’ 것처럼 때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가운데 일을 시작하면서도 큰 공을 세우는 미명(微明)의 지혜를 발휘하라는 것이 한비의 통찰력이다. 물론 전제조건은 있다. 한 걸음 물러나 자신을 낮추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