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불꼬불 연둣빛 3.6km 숲의 향기가 가슴 속으로
가족 단위 에코투어 참가자들이 5월 19일 하이원하늘길 산철쭉 길에서 마천봉으로 향하는 숲길을 걷고 있다. 참가자들은 백운산 능선을 따라 숲 속을 걷는 내내 연둣빛의 나뭇잎과 각양각색의 들풀에 매료됐다. 정선=서영수 전문기자 kuki@donga.com
화창한 날씨 덕에 발아래 펼쳐진 연둣빛 숲은 곱디고왔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생동감을 전해주는 신록. 이를 바라보는 사이 일상의 스트레스는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다는 점은 이곳에서 얻을 수 있는 덤.
그렇게 20분, 마운틴 탑에 도착했다. ‘하이원 하늘길’은 모두 9개 산책로와 등산로, 트레킹 코스로 이뤄져 있다. 이날 에코투어 하늘길 트레킹 코스는 마운틴 탑에서 시작해 산철쭉 길로 들어서 백운산 정상 마천봉(해발 1426m)까지 1.8km, 왕복 3.6km다. 백운산 능선을 따라 석탄을 나르던 그 길은 철마다 새로운 빛깔을 만끽할 수 있는 산책로가 됐다. 삼삼오오 사람들은 꼬불꼬불 길을 따라 발걸음을 뗀다. 경사가 완만한 길을 걷다 보면 각양각색 자태를 뽐내는 들꽃과 인사하게 된다.
사람들은 숲 속을 걷는 내내 연둣빛의 나뭇잎과 들풀 색에 마음을 뺏겼다. 살포시 핀 들꽃 앞에 서면 시 한수 절로 나올 법하다. 동생 가족과 함께 왔다는 회사원 김일강 씨(52)는 “가슴속에 숲의 향기가 밴 듯하다”며 무뎌진 감성이 깨어났다고 했다. 다른 지역의 나뭇잎은 꽃이 지고 잎이 갓 나올 즈음 하루 이틀 정도 연둣빛을 띤다. 하지만 하늘길의 나뭇잎과 들풀은 공기가 맑고 자외선이 풍부해 다른 곳보다 연초록빛이 더 오래간다. 숲 속 바닥까지 채광이 좋은 길을 걸으니 어느새 마천봉, 하늘길의 정점이다. 사방에 절경이 펼쳐지고 하늘을 향해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멀리 함백산과 태백산 줄기가 보이고 하이원리조트의 슬로프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걷다 보니 하늘마저 손에 잡힐 듯하다. 내려오는 길은 백운산 자연관찰로. 나무계단이라 걷기 편하고 백운산 주변의 들꽃과 동물 등을 학습하면서 걸을 수 있다. 계단이 끝나는 곳에서 만나는 슬로프는 넓고 평탄해 가족들이 살가운 대화를 나누며 걷기에 좋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참가한 배정선 씨(35·여)는 “함께한 직장 동료들이 능선을 따라 풍광을 즐기며 걸을 수 있어 좋아했다”며 “다시 온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하늘길에는 연못이 둘 있다. 하나는 정상 산죽길 부근의 ‘도롱이’ 연못. 폭이 80m 남짓으로 탄광의 지하갱도가 무너져 내리고 거기에 다시 물이 차오르면서 생겨난 함몰 습지다. 키 큰 낙엽송이 운치를 더하는 이곳에 도롱뇽도 둥지를 틀었다. 산짐승들의 샘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이 실감나게 노루 울음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박길명 나눔예술특별기고가 m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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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부터 동굴에 관심이 많아 가보고 싶었는데 동굴 생태를 잘 알 수 있는 기회였어요.”(이경석·16)
곁에서 바라보던 여동생 경민이(12)는 “하늘길 트레킹이 힘들지 않고 좋았다”며 다시 오고 싶단다. 아빠 이재준 씨(46)는 모처럼 아이들과 자연을 즐길 수 있다는 데 만족해했다.
가족의 정을 자연 속에서 나눌 수 있는 1박 2일 생태체험 에코투어. 강원 정선군 하이원리조트와 삼척 태백 일대에서 열리는 ‘2012 하이원 에코투어’가 지난달 19일 1차에 이어 2, 3차 참가자를 모집한다. 2차는 6월 16∼17일, 3차는 6월 23∼24일에 진행된다. 회당 400명이 참가할 수 있다. 참가자들은 숲 별 동굴 등 주제별 일정을 택해 투어를 즐길 수 있다.
삼척 궁촌역 해양레일바이크를 즐기는 에코투어 참가 가족들. 동아사이언스 제공
참가비는 1인당 3만5000원이며 여행자보험 식비 체험료가 모두 포함돼 있다. 하이원리조트 숙박을 원할 경우 마운틴콘도(5인실·정가 37만4000원)를 80% 할인된 금액(8만 원)에 제공한다. 접수 마감은 2, 3차 각각 6월 12, 19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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