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박에 농심(農心)도 생채기
29일 오후 경북 상주시 사벌면 두릉리 마을. 농민들은 우박에 생채기 입은 배를 보고 깊은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상품성이 없기 때문에 이미 올해 농사는 끝이다. 이곳 90여 개 농가에서 200ha의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28일 5∼15mm 크기의 우박이 쏟아져 멀쩡한 배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얼마 전 접과(고품질 과일 생산을 위해 튼튼한 가지만 남기는 작업)를 마친 상태라 피해가 더 컸다. 보통 피해 면적이 0.5ha 정도로 피해금액은 농가당 최소 1억 원 이상이다. 김진해 씨(57)는 “30여 년 농사짓는 동안 우박 피해는 처음”이라면서 “올해는 병충해 막으려고 농약 비용도 더 많이 들였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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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가 대책은 언제나 뒷북
28일 경북 청도군 풍각면 현리리 블루베리 농장에 우박이 쏟아졌다. 우박은 비닐하우스를 뚫고 들어와 농작물에 피해를 줬다. 청도군 제공
농림수산식품부는 “피해 상황을 파악 중”이라며 “농가들이 경작 면적의 50% 이상 피해를 봤을 것으로 보고 지원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자연재해로 인한 농가의 피해율(경작 면적 대비 피해 면적)이 50% 이상이면 80kg의 쌀 4가마(74만 원 상당)에 해당하는 생계유지비와 고등학생 자녀 학자금 100%를 지원한다. 영농자금 상환도 2년 연기해 준다. 피해율이 30∼50%이면 영농자금 상환이 1년 연기된다. 상주시 한 농민은 “생계유지비는 1년 방제 비용도 안 되고 자녀 학자금과 영농자금 상환도 해당되지 않는다”며 고개를 저었다.
○ 무서운 폭탄우박,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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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에 따르면 폭탄우박은 한반도 상공에 자리 잡은 차가운 공기와 따뜻한 공기가 충돌해 대기가 극도로 불안정해지면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온난화로 대기 하층의 따뜻한 공기가 상승하는 힘이 강해져 구름이 영하로 떨어지는 높이(3000m)까지 자주 올라갔다. 이 탓에 우박이 잇따라 발생하고 덩어리도 커졌다. 기상청 관계자는 “폭탄우박은 시베리아 고기압이 물러나는 다음 달 중순까지 나타나 농민을 괴롭힐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