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양환 국제부 기자
“아이에겐 읽어주지 마라”는 소개가 달린 이 작품은 애덤 맨스바크란 미국인이 썼다. 출판 뒷얘기가 재미있다. 지난해 세 살배기 딸을 재우려다 뜻대로 안 돼 울컥한 작가는 페이스북에 “차기작 제목은 ‘Go the…’로 하겠다”고 올렸다. 반응은 엄청났다. 환호와 문의가 몰려들더니 나오기도 전에 아마존에서 예약 1위에 올랐다. 많은 이들이 눈물 날 뻔했다는 책엔 이런 구절이 나온다.
“풀잎 사이 산들바람도 숨을 죽이고/여기저기 기웃거리던 들쥐도 죽은 듯이 잠들었어./벌써 삼십팔 분이나 지났다고./이런 제기랄, 뭐라고?/그만 쫑알거리고 잠이나 자란 말이야.”
자녀의 꿈나라가 부모에게만 좋은 건 당연히 아니다. 미국수면재단이란 곳에선 어린이 건강을 위한 ‘적정 취침시간’을 발표한 바 있다. 3∼11개월 된 신생아는 하루 14∼15시간, 1∼3세 유아는 최소 12시간은 자는 게 좋단다. 초등학생이 돼도 10시간가량 수면을 취해야 성장발육에 도움이 된다.
최근 시사주간지 타임에는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실렸다.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대 연구진이 약 112년 동안 발표된 관련 논문을 검토했더니 아동 수면의 권고기준이 해마다 0.71분씩 감소했다는 거다. 별 차이 없어 보이지만 1세기가 지나는 동안 1시간 20분가량 줄어든 셈이다. 예나 지금이나 애는 애일진대, 왜 지금은 덜 자도 되는 걸까.
의문을 풀기에 앞서 19세기 말 영국의학저널에 실린 한 논문을 잠깐 들여다보자.
“…최근 아동의 수면 감소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잠이 부족한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특히 ‘가스등과 전차’의 급증이 수면을 방해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충분한 잠은 성장기에 꼭 필요하다. 미 필라델피아대 수면연구소에 따르면 미성년자의 성장호르몬은 60% 이상이 잠자는 사이에 분비된다. 하지만 의사들이 권장하는 취침시간을 매일 규칙적으로 지키는 아이가 세상에 얼마나 될까. ‘젠장, 재워야 한다’는 절규는 끝이 없지만, 안 따랐다고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지도 않았다. 100년 전보다 1시간 이상 덜 자도 요즘 애들이 훨씬 덩치가 좋고 수명도 길다.
과학이 제시한 건 평균이지 잣대가 아니다. 조디 민델 수면연구소장은 “산술적 양보다 중요한 건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편안하게 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에겐 저마다의 취침 스타일이 있단 소리다. 잠까지 남의 자식과 비교하진 말자. 세상 모든 아이는 특별하니까. 물론 잘 자는 게 효도지만, 쩝.
정양환 국제부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