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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통합진보 부정경선 수사]공무원-교사 ‘불법 당원’ 정체 밝혀지나

입력 | 2012-05-23 03:00:00

통진 ‘민노 때부터 20만명 기록’ 노출 충격… 무더기 처벌 가능성




통합진보당은 22일 검찰이 당원명부가 담긴 컴퓨터 서버를 압수해가자 공황상태에 빠졌다. 검찰이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당원명부가 몰고 올 정치적 파장이 당의 존립을 흔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통진당 강기갑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당원명부를 ‘정당의 심장’에 비유하며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13년 동안 입당·탈당한 20만 명의 기록”이라고 밝혔다. 현재 13만 명으로 알려진 통진당 당원 명단은 물론이고 지금은 당을 떠난 옛 당원의 신상명세까지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당원명부에는 당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소속단체·직장은 물론이고 당비 납부명세까지 기록돼 있다. 따라서 비례대표 경선 부정 의혹과 통진당의 정치자금 및 불법 당원 논란을 한꺼번에 풀어낼 ‘판도라의 상자’로 통한다.

특히 현행법상 정당 활동이 금지된 공무원, 교사 등 ‘비밀당원’의 실체가 밝혀지느냐가 향후 정치공방의 핵심이다. 이들의 신상정보가 드러날 경우 공무원법 위반으로 모두 파면될 수 있다. 2010년 통진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에 가입하고 당비를 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속 교사·공무원 240여 명을 적발해 처벌했던 검찰이 이번에 압수한 당원명부를 분석하면서 불법 가입한 당원들을 추가로 밝혀낼지에 관심이 쏠린다.

통진당 관계자는 “당원명부가 공안 수사에 악용될 가능성이 더 걱정스럽다”고 털어놓았다. 검찰이 당원명부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통진당 내 종북 세력들이 북한과 직간접으로 연관된 의혹은 없는지 등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검찰의 당원명부 압수가 과거 민노당 분당으로 이어졌던 일심회 간첩단 사건 이상의 파문을 불러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원명부는 ‘핵심 기밀’로 통해 당권파인 NL계(민족해방계열)에서도 핵심 관계자들이 2006년부터 독점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장원섭 전 사무총장과 백승우 전 사무부총장(현안대응팀장), 오충렬 전 총무실장 등이 당원명부와 회계 자료를 관리해왔다.

당내 일각에서는 ‘당원명부를 그렇게 비밀로 할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이 지나치게 당원명부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오히려 국민의 의심만 키우게 한다는 것. 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북한에도 넘겨주는 명부를 왜 당원들에게는 공개할 수 없느냐”는 글도 올라왔다.

한편 당권파의 ‘몸통’으로 불리는 이석기 당선자(사진)는 검찰이 압수수색을 시도한 21일에 이어 22일에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중앙당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당선자와 함께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비례대표 3번 김재연 당선자가 당사에서 검찰과 대치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당선자는 22일 강 위원장과 19대 총선 당선자들의 법무부 및 대검찰청 항의 방문에도 동행하지 않았다. 당내에서는 “검찰의 압수수색과 당의 위기를 촉발한 당사자는 숨어버리고, 남은 당원들만 검찰과 고생스럽게 싸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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