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설 드로그바 동점골-승부차기 끝내기골… 107년 만에 챔스리그 첫 우승
모든 것이 걸려 있는 순간이었다. 7만 관중과 전 세계 2억 명이 넘는 시청자가 지켜본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는 몇 걸음 뒤로 물러나지도 않았다. 보통 승부차기 키커들이 서너 걸음 뒤에서 달려오면서 강한 슛을 날리는 데 비해 그는 거의 제자리에서 휘슬이 울리자마자 주저 없이 공을 날렸다. 아주 간단히 툭 찬 듯한 공은 4강전에서 무적함대 레알 마드리드의 간판스타들에게 좌절을 안겨주었던 ‘영웅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를 피해 들어갔다. 그 자리가 주는 중압감에 비해 너무나 손쉽게 찬 듯한 킥이 선명한 대조를 이루는 순간 모든 것이 결정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가 창단 107년 만에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첼시는 20일 독일 뮌헨 알리안츠 경기장에서 열린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과의 결승전에서 전후반과 연장전을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이겼다.
광고 로드중
승부차기에서 뮌헨은 골키퍼 노이어가 상대의 첫 골을 막아낸 뒤 직접 키커로 나서 골을 성공시키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그러나 첼시 골키퍼 페트르 체흐의 운이 더 좋았다. 뮌헨의 4, 5번 키커가 잇달아 실축하며 첼시는 승부차기에서 3-2로 뒤지다 4-3으로 역전했다.
극단적 수비전술을 쓴 첼시는 ‘추잡하다’는 비난이 쏟아졌지만 어쨌든 챔피언이 됐다. 첼시는 4년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결승 승부차기에서 주장 존 테리가 미끄러지며 실축해 우승을 놓쳤던 악몽을 씻었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