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소한 ‘세트형 문제’에 당황
○ 국어
교과서 개념-용어 묻거나 활용… B형은 복합지문 많아
17일 서울 종로구 경복고 2학년 학생들이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예비시험 문제지를 풀어보고 있다. 대전과 충남 이외 지역에서는 대부분의 학생이 일정 시간 문제를 풀어본 뒤 EBS 분석특강을 보거나 교사의 설명을 들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교사들은 교과서에 충실한 시험이라고 입을 모았다. A, B형 모두 교과서에 나오는 개념과 용어를 직접 묻거나 활용하는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관영 인천 인항고 교사는 “지금까지 1, 2학년 때 교과서를 가르치고 3학년 때는 문제풀이를 위주로 했는데 앞으로는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가르쳐야겠다”고 말했다.
A형은 수능보다 쉽고 B형은 지난 수능과 비슷하거나 약간 어려웠다는 평이 많다. 예를 들어 공통으로 출제된 윤선도의 ‘어부사시사’ 문제를 보면 A형은 현대어로 고친 지문이 나왔지만 B형은 고어가 그대로 나왔다.
○ 영어
읽기 줄고 문제 절반이 듣기… A형 NEAT 3급, B형 2급 수준
외국어는 영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시험 시간은 지금처럼 70분인데 문항 수는 5개가 줄어 45개가 됐다.
듣기는 17개 문항에서 22개 문항(순수 듣기 16개, 간접 말하기 6개)으로 늘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커졌다. 읽기 평가는 33개 문항에서 23개 문항으로 줄었다. 지금 수능에서는 독해 문제 하나를 푸는 데 1분 30초 정도를 쓸 수 있었는데 앞으론 2분 이상을 쓸 수 있는 셈이다. 이종한 서울 양천구 양정고 교사는 “중위권 학생들은 시간이 부족해서 외국어영역을 어려워하는 경향이 많았다. 시간이 늘었으니 체감 난도가 다소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A형과 B형의 난도는 확연히 달랐다. A형이 지금보다 상당히 쉽다는 것이 일선 교사들의 의견이다.
평가원은 A형은 실용영어, B형은 기초학술영어의 소재와 지문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A형을 국가영어능력평가(NEAT)의 3급, B형을 2급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출제 범위는 A형이 영어와 영어Ⅰ이고 B형이 영어Ⅱ, 독해와 작문, 심화영어회화 수준이다.
새로운 유형은 듣기에서 눈에 띄었다. 예를 들어 하나의 대화(담화문)를 듣고 문제를 2개 푸는 식이다. 내용을 두 번 들려줘서 그런지 수험생들이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듣기 평가는 담화문 1개에 문제 1개만 나왔다. 듣기 1∼3번도 세 번 정도 오가는 짧은 대화를 듣고 곧바로 실용 회화를 적용하는 유형이었다.
○ 수학
1개의 그림에 관련문제 2개… 단원 연관성 알아야
세트형 문제가 처음 나왔다. 하나의 그래프나 그림을 제시한 뒤 2개의 관련 문제를 풀어야 하는 식이다. 이런 문제는 서로 다른 단원에서 출제된다. 예를 들어 A형의 세트형 문제는 8개 지점을 연결하는 도로망 그림을 제시했는데 한 문제는 행렬, 다른 문제는 확률에서 나왔다.
유석용 서울 노원구 서라벌고 교사는 “하나의 내용에 접근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란 점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풀이 방법을 가르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유제숙 서울 강동구 한영고 교사는 “학생들은 교과서 차례에 맞춰 공부하면서 단원 간 연관성을 파악해야 세트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수능에서는 수리‘가’ ‘나’형의 공통 문제가 7개였지만 이번 예비시험에서는 5개로 줄었다. 공통 문제는 A형에서는 어려운 편에 속했지만 B형에서는 쉬운 편이었다. 같은 원리를 이용하는 문제라도 A형은 그래프를 보여 주거나 계산이 단순한 반면 B형은 좀 더 복잡하게 출제하는 차이가 있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