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폭력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인간 사회가 있긴 있을까. 현대 국가는 법을 어긴 구성원에 대해 가두거나 강제 노동을 시키거나 때론 목숨을 빼앗는다. 국가는 기실 그런 폭력의 힘으로 유지된다. 다만 문명사회는 개인에게 가할 수 있는 강제력의 주체와 절차, 범위를 구성원들의 합의를 거쳐 세세히 규정했다는 점이 야만 상태와 다르다. 그리고 미성년자들이 본능과 충동을 억누르고 그 질서에 따르도록 만드는 건 교육의 중요한 목표다.
▷체벌이 감정적인 분풀이가 되지 않게 하는 방법으로 체벌을 요구하는 교사와 그 벌을 집행하는 사람을 분리하면 어떨까. 학교 안에 준사법기구를 만들고 체벌을 주장하는 교사와 문제를 저지른 학생, 그리고 제3자인 다른 교원이나 학생, 필요하다면 학부모가 참여해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하고 집행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체벌을 허용하되 학생들의 항변권을 충분히 보장하며, 절차를 거치지 않은 손찌검은 엄격히 금지한다. 이런 준사법 체벌기구를 도입하면 당사자 학생에게 반성할 기회를 주고, 지켜보는 학생에게도 교육적인 효과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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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산업부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