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은 10일 “선 수행을 열심히 하면 대자대비(大慈大悲)해져 사회적 나눔에도 넉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진제 스님은 10일 오후 대구 동화사 주지실인 동별당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28일)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스님은 침통한 표정으로 “총무원에서 관련 기관이 있으니 잘 지도할 것”이라며 “스님들이 머리 깎고, 먹물 옷을 입고, 시주밥을 먹고 살지만 발심을 제대로 못한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것은 큰 서원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밝은 지혜, 큰 지혜의 낙(樂)을 누리게 하도록 오셨습니다. 탐진치(貪瞋癡·욕심과 노여움, 어리석음)가 원인이 돼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선 수행을 통해 부처님을 따라 ‘참 나’를 찾아야 합니다.”
스님은 이어 지난해와 올해 해외에서의 법문 경험을 떠올리며 “영어 한마디 못하지만 법문을 들은 참석자들이 전율이 흘렀다면서 기립박수를 쳤다”며 “돈과 권력으로 세계인이 겪고 있는 마음의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 동양정신문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초기 불교수행인 위파사나와 출범 50주년을 맞는 종단 명칭의 변경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반대 의사를 표했다.
“위파사나를 말하는데 그건 잘 몰라서 그런 거죠. (예를 들어) 부산서 서울까지 진리의 고향을 찾아가는데 중간에 이리저리 빠져서 제대로 접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종단은 달마조사에서 육조 혜능 등으로 이어지는 선수행의 가풍을 지키기 위해 조계종의 명칭을 쓰고 있습니다. 값어치 있는 명칭입니다.”
스님은 최근 정치 상황과 관련해 “정치는 모든 국민에게 평안과 행복, 화목을 주어야 하는데 부정부패로 언론에 노출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월급 받는 사람들이 왜 또 손을 내미느냐”며 “우리는 분단이 돼 있고 6·25의 비극을 겪었기 때문에 총칼과 대포를 녹이고, 남북이 평화의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스님은 ‘행복합니까’라고 묻자 “행복이란 글자 자체도 없소”라고 일갈했다.
대구=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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