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황연기 내뿜는 분화구, 접근할 땐 바람의 신 허락 얻어야
해발 1000m의 아소칼데라 고원인 구사센리에서 바라다 본 아소산. 흰 연기와 함께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산정이 아소의 다섯 화산 가운데 유일하게 분화 중인 나카다케다. 분화구의 정면 약간 오른 편으로 화구전망대와 로프웨이가 보인다. 연기가 이렇듯 전망대 쪽으로 몰리면 유황가스에 중독되기 때문에 로프웨이는 운행이 중단된다.
이런 구마모토의 상징은 지금도 유황가스와 연기, 수증기를 내뿜는 아소 활화산. 그런데 이 화산은 아주 특별하다. 화산의 분화활동으로 생겨난 다섯 화산이 역시 화산 분화활동으로 형성된 남북 25km, 동서 18km의 거대한 칼데라의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형국이어서다. 분화구 안에 있는 화산. 이건 분화가 최소 2회 이상 있었음을 말한다. 그 첫 분화는 27만 년 전이다. 당시 분화의 규모와 위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분화활동의 결과로 생긴 화구 외벽의 둘레가 장장 128km나 된다. 그 외벽에 둘러싸인 분화구 안 칼데라는 현재 평지인데 너비는 제주도(둘레 약 200km)와 비교하면 대충 짐작이 된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아소 산의 분화가 두 섬을 하나로 이어주었다는 것이다. 지구상에서 38번째로 큰 섬 규슈는 그렇게 형성됐다.
아소 산은 구마모토의 상징에 그치지 않는다. 규슈 최대의 볼거리로 등극한 지도 이미 오래다. 그래서 누구든 규슈에 가면 아소 산 관광을 놓치지 않는다. JR규슈의 특급열차 ‘아소보이’는 관광객 가운데서도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여행객을 겨냥한 개성만점의 특급열차다. 아소 산은 구마모토 시에서 그리 멀지 않다. 분화구 투어의 출발점인 아소 산 역까지는 1시간 29분, 아소 산의 산악신앙 잉태지인 아소신사 소재지 미야지 역(종착점)까지 1시간 34분 정도다. 아소보이 특급열차를 타고 다녀온 아소 활화산과 그 주변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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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R규슈가 ‘어린이를 위한 장난감 같은 열차’로 제작한 아소활화산 관광전용 특급열차 ‘아소보이’의 나무공 풀.
열차는 4량 편성. 3호차에 들어서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온통 새하얀 실내에 들어선 풀(pool) 등 어린이를 위한 지극한 배려 때문이었다. 여기엔 골프공 크기의 나무 볼이 가득 들어 있었다. 동화책이 꽂힌 도서실도 있다. 좌석도 특이했다. 어린이가 부모와 나란히 앉아 편안히 지낼 수 있게 크기를 달리하고 어린이 좌석에 발판을 둔 것이다. 가죽시트 역시 순백색이었다.
다른 칸도 고급스러웠다. 실내 바닥과 시트, 벽면은 모두 컬러풀했다. 아소 산의 풍치를 가리거나 막힘없이 감상할 수 있도록 설치한 통유리창은 전 객실에서 단절 없이 이어졌다. 그런 객실 한쪽엔 창을 향해 나무벤치와 소파를 2열로 배치했다. 1, 4호 칸 정면엔 전망석도 마련했다. 카페에선 음료와 스낵, 기념품을 팔았다. 그중엔 아이들 용으로 개발한 아소보이 에키벤(열차도시락)도 있었다.
오전 10시 26분 구마모토 역을 출발한 아소보이는 11시 55분 아소 산 역에 정차했다. 아소 화산의 진수를 만끽하려면 여기서 내려야 한다. 진수란 아소5악 가운데 유일하게 분화가 진행 중인 나카다케의 화구전망대에 올라가 가까이서 화구를 내려다보는 것. 지구상에서 분화 중인 화구를 로프웨이로 올라가 관찰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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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물의 고장 구마모토
가토 기요마사가 임진왜란이 끝난 뒤 귀국해 축성한 구마모토 성. 구마모토 현의 상징과 같은 유적으로 무사 복장의 모델 뒤로 천수각이 높이 솟아 있다.
분화구 관광은 포기하고 구사센리에서 자동차로 아소 산 남쪽의 미나미아소무라로 갔다. 시라카와수이젠(百川水源)을 찾아서다. 시라카와수이젠은 삼나무 숲속의 작은 계곡에 있다. 자그마한 연못인데 바닥에서 샘솟는 물의 분출량은 1분에 60t. 길이 25m의 수영장을 5분 만에 채울 엄청난 양이다. 샘가에선 사람들이 바가지로 물을 떠 마신다. 연못은 1m 깊이의 바닥에서 용출하는 모습이 보일 정도로 맑고 투명했다.
맑은 물은 여기서만 나는 게 아니다. 구마모토 현 전체가 그렇다. 그래서 물은 구마모토의 특산물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칼데라의 지하로 스며든 빗물이 거대한 지하 강을 형성하고 기반이 된 화산재와 용암지질이 훌륭한 필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용출량도 엄청나지만 물맛과 수질도 기막히다. 그래서 구마모토 현의 수돗물도 지하수다. 음료와 사케, 소주도 모두 지하수로 만든다. 생수나 수돗물이 같으니 굳이 생수를 사먹을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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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글·사진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