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에닝요(전북)의 특별귀화 후 대표팀 발탁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중요한 사안에 대한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는 등 절차가 잘못됐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무리한 에닝요 귀화추진 도마에
한국어 전혀 못하는 에닝요 자격 미달
기술위 조차 안 열고 협회 독단적 추진
한국축구 첫 사례 불구 여론수렴 외면
체육회 아닌 우회귀화도 가능성 낮아
브라질 출신 외국인선수 에닝요(31·전북 현대)의 특별귀화 추진은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특별귀화 통과 가능성 희박
협회는 체육회 결정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협회 김주성 사무총장은 “체육회는 스포츠단체를 관장하는 기구로 가맹단체 입장에서 보면 부모나 마찬가지다. 가급적 긍정적으로 검토해주길 바랐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나 이는 잘 봐주고 안 봐주고의 문제가 아니다. 복수국적 취득제도의 근본 취지를 고려할 때 순수 외국인 선수에 대한 추천은 매우 제한적으로 시행돼야 한다는 체육회의 부결 논리는 타당하다.
김 총장은 이어 “특별귀화 신청은 여러 창구가 있다. 협회가 체육회 가맹단체라서 일단 체육회 추천을 받는 게 순서라고 생각돼서 신청을 한 것뿐이다”고 했다. 체육회를 통하지 않고 다른 루트로 특별귀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2010년 5월 개정된 국적법에 따라 특별귀화가 허용된 이후 지금까지 운동선수가 체육회장 추천서 없이 한국국적을 얻은 사례는 없다. 남자 프로농구 문태종과 문태영, 여자농구 김한별, 쇼트트랙 공상정 등 4명 모두 체육회장 추천서를 받았다.
만약 체육회장 추천서 없이 단독으로 심의위원회에 회부돼도 통과 여부를 장담하기 힘들다. 법무부는 특별귀화 일반적 요건으로 ‘국어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무부 국적난민과 박상원 계장은 “특별귀화를 신청할 때 일반요건은 기본적으로 갖춘 것으로 본다”고 해석했다. 에닝요는 한국어를 아예 못 한다. 일반 요건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심의위원회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기술위원회 절차도 무시
협회는 또 다시 절차를 무시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최 감독은 대표팀에 에닝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추후 대표팀 발탁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기술위에서 논의돼야하는 게 맞다. 모 축구인은 “코칭스태프가 요청하고 협회 수뇌부가 승인하면 특별귀화가 곧바로 추진되는 게 맞는 절차인가. 당연히 기술위를 거쳤어야 한다. 협회가 여전히 절차를 무시하는 행정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론수렴도 없이
한국축구 역사에서 외국인 선수가 귀화를 해서 대표팀이 된 적이 없다. 벌써부터 이를 두고 팬들 사이에서 설전이 뜨겁다. 김주성 총장은 “국민정서나 여론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축구에 대한 기대치가 크고 관심이 많은데 협회 입장에서 좋은 선수가 대표팀에 뽑히면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고 했다.
하지만 역사적인 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어야 했다. 한국 축구는 협회가 혼자 이끌어가는 게 아니다. 김 총장의 말처럼 국민의 기대치가 높은 만큼 국민들의 의견 수렴을 거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특별귀화의 조건들
법무부는 특별귀화 요건으로 학계, 경제, 문화, 체육 등 특정 분야에서 우수한 능력을 보유한 자로서 대한민국의 국익에 기여할 것으로 인정되는 자를 제시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가 대한체육회에 브라질 국적 선수인 에닝요의 특별귀화 추천 요청을 한 것은 체육회가 체육계의 최상급 기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 요건에는 ▲품행이 단정한 자 ▲국어능력 및 대한민국 풍습에 대한 이해 등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기본 소양을 갖추고 있을 것 등의 조건이 있다.
에닝요는 이 같은 기본 요건부터 채우지 못해 추천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