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연기+대사’ 음악극 선구자 佛 파스칼 아모옐3일-9일 서울 용산아트홀서 ‘블록15’ 등 2편 공연
아우슈비츠 수용소 내 음악가 구역을 뜻하는 ‘블록15’를 음악극으로 선보이는 첼리스트 에마뉘엘 베르트랑(왼쪽)과 피아니스트 파스칼 아모옐. 아모옐은 “음악가들의 생에 담긴 오랜 기억을 음악과 텍스트가 결합된 완전한 형태로 선보이고 싶다”고 설명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아모옐이 3, 9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용산아트홀에서 음악극 ‘블록15’와 ‘손가락 50개의 피아니스트’를 각각 선보인다. 올해 7회째를 맞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최초의 마티네(한낮) 콘서트이기도 하다. 공연을 앞두고 리허설 중인 그를 2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프레이저 스위츠 호텔에서 만났다.
‘블록15’는 그가 2005년에 쓴 작품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첼리스트 아니타 라스커발피슈와 작곡가 겸 바이올리니스트 시몬 락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음악은 인간과 시간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입니다. 라스커발피슈와 락스가 각각 수용소 시절을 회상하며 쓴 책에서 음악극의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지옥 같은 상황에서 음악이 그들에게 어떻게 방패가 돼 주었는지, 인간의 삶에 대한 의지가 얼마나 강인한지 알리고 싶었습니다.”
“실제의 락스는 30여 년 전 세상을 떠났고 라스커발피슈는 영국 런던에 살고 있습니다. 라스커발피슈에게 연락해 ‘블록15’ 공연에 초대하기도 했지요. 어떤 반응을 보일까 걱정했는데 무척 감동했다고 해 가슴을 쓸어내렸답니다.”
‘손가락 50개의 피아니스트’에는 그의 스승인 헝가리 태생의 피아니스트 치프라 죄르지(1921∼1994)의 삶을 담았다. 아모옐은 홀로 무대에서 리스트의 헝가리안 랩소디 2번을 연주하면서 가난하고 배고팠던 치프라의 유년 시절과, 엘링턴의 ‘고독’을 배경으로 카바레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던 시절을 대사로 풀어낸다.
“치프라 선생과 함께 지낸 8년은 ‘환상적’이었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습니다. 위대한 피아니스트이면서도 훌륭한 성품을 지녔죠. 스승이 내게 남긴 이야기, 그의 기억을 지키고자 이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2년 전 이 작품이 완성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스승의 부인이 사망해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두 작품 모두 언어로는 음악을 이야기하고, 암울하거나 슬프거나 기쁜 현실은 악기를 통해 표현한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강동석 예술감독은 “프랑스에서 두 작품을 모두 보았는데 객석의 몰입도가 대단했다. 이야기와 음악의 조화를 한껏 즐길 수 있는 무대”라고 말했다. 각 1만5000원. 02-720-3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