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고교생 대상 첫 진로상담 행사
무슨 이야기 중일까. 1일 삼성전자의 실업계 고교생 대상 진로상담회에 참가한 서울여상 학생들이 ‘1일 멘토’로 나선 이 회사 박덕철 차장의 조언을 진지하게 듣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다목적홀. 단상에 오른 조준석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과장이 “수도전기공고 66회 졸업생”이라고 자기를 소개하자 교복 차림의 남녀 학생 400명이 동시에 귀를 쫑긋 세웠다. 남학생들은 수도전기공고, 여학생들은 서울여상 2학년생들이었다.
○ 멘토 앞에서 걱정거리 내려놓고
4인 1조로 그날의 멘토를 만나는 시간에 정장현 군은 수도공고 선배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하태헌 책임(36)을 만났다. “○○○ 선생님 여전히 무섭나?” “요즘은 천사이신데요” 같은 대화 속에 선후배 사이의 거리감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정 군은 학교의 취업률도 높고, 자신의 성적도 상위권이라 취직 걱정은 없다고 했다. 다만 ‘내가 회사에서 상사가 시키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대기업은 일을 엄청나게 시킨다는데 버틸 수 있을까’라는 게 고민이었다. 하 책임은 웃으며 “회사에 입사하면 깜짝 놀랄 정도로 교육을 많이 받는다. 그리고 나도 자유시간엔 게임과 축구를 즐긴다”고 설명했다. 정 군은 “직장생활 중에도 내 시간은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지금은 참고 공부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궁금한 게 다 풀렸느냐’는 질문에 정 군은 “구체적인 연봉 수치는 끝까지 못 들었다”고 했다.
한화역사의 채용전제형 인턴 면접을 앞두고 있는 이주환 군은 다음 날인 2일 학생대표 6명 가운데 한 명으로 무대에 올라 모의면접을 치렀다. 동료 학생들은 삼성전자 신입사원 채용담당자 3명 앞에 앉은 이 군의 대답에 웃음을 터뜨리며 응원을 하고, 면접 장면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하기도 했다. 이 군은 “면접관이 내가 말을 잘한다고 칭찬해줘서 자신감이 생겼다”며 “상투적인 표현이라고 지적당한 부분이나 시선 처리는 잘 고쳐보겠다”고 말했다.
○ “대학생활 해보고는 싶지만…”
강 양의 조원들은 실질적인 팁도 들었다. 멘토 선생님이 고졸 신입사원들에게 평소 느꼈던 아쉬운 점에 대해 조심스럽게 설명해준 것이다. “학교에서 선생님과 또래만 만나다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돼서인지 나이 많은 상사 앞에 서는 걸 너무 어려워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분위기를 눈치 채지 못한다”는 말에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만난 학생들에게 ‘대학에 가지 않아도 괜찮으냐’고 묻자 “아쉽기는 하지만…”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강 양은 “대학생활에 대한 로망(기대)이 있긴 한데 진학하더라도 취업이 안 되면 ‘말짱 꽝’ 아니냐. 먼저 취업하고 나중에 진학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삼성전자 측은 “청소년들이 자신의 꿈을 찾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진로 멘토링을 확대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