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희 경제부 기자
실제로 최근 부동산시장의 양상과 투자원칙을 대조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부지기수다. 전세금이 짝수 해에 크게 오른다는 ‘짝수 해 효과’가 대표적이다. 1990년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2년마다 임대 재계약이 이뤄질 때 전세금이 큰 폭 오르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홀수해인 지난해에는 전세금이 폭등했고, 짝수해인 올해는 오히려 주춤하고 있다.
매매가에서 전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전세가율)이 60%에 육박하면 집값이 오르고 거래가 활기를 띤다는 ‘전세가율 60% 법칙’이나 서울에서부터 매매가격 상승이 확산되는 ‘물결효과’ 등도 최근 시장에선 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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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변화에 전문가들은 아파트가 중산층의 자산증식에서 가장 중요한 수단이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주택공급이 부족하던 ‘부동산 배고픔’의 시대에서 아파트 가격 폭등으로 부동산 투기가 극심해졌던 ‘부동산 배 아픔’의 시대를 지나 이제는 ‘부동산 무관심’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모든 변화는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로 시장 패러다임이 바뀐 탓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일시적인 시장 변화가 아니라는 뜻이다. 달라지는 시장 트렌드를 읽고 분석하며, 바뀌는 투자패러다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인구구조의 변화와 주거문화 다변화, 새로운 기술개발, 미래전망에 대해서도 꼼꼼히 파악해야만 한다. 신문을 통해 소개되는 부동산투자 정보를 장기간 정독해보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이제 ‘왕년에 이랬는데’라는 식으로 경험에만 의존해 투자했다가는 큰 코 다치는 시절이 됐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