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의 다른 ‘비명’… 서비스업 와! 제조-기계 악!
MPK그룹 관계자는 “지원자가 예상 밖으로 많아 우리도 놀랐다”며 “인사팀 직원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수백 대 1의 입사경쟁률이 예사인 대기업과 달리 중소·중견기업들은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보통이지만 MPK처럼 구직자들의 ‘러브콜’이 집중되는 곳도 적지 않다.
○ 20명 채용에 8000명 몰려
올해 1분기(1∼3월) 채용공고를 낸 중소·중견기업 중 구직자가 많이 몰린 곳들의 특징은 ‘젊은이들에게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서비스 분야 기업’이란 점이었다. 구직자들은 연봉이나 복리후생조건이 아주 뛰어나지 않더라도 평소 이름을 많이 들어본 기업에 대거 지원했다. 또 외식, 화장품, 패션, 엔터테인먼트 등 서비스 분야 기업에 대한 선호가 높았다.
MPK그룹 외에 ‘한솥 도시락’으로 유명한 한솥도 올 1분기 공채에서 20여 명을 뽑는 데 약 2000명이 몰려 행복한 고민을 했다. 한솥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업종이다 보니 인지도가 높아 대학생들이 많이 지원했다”고 전했다.
화장품 브랜드 ‘SKIN79’로 더 잘 알려진 위즈코즈는 20명의 경력사원을 뽑기 위해 채용공고를 냈는데 920명의 지원을 받았다. 위즈코즈 관계자는 “SKIN79가 BB크림으로 유명해지면서 지원자가 많이 몰린 것 같다”고 해석했다.
○ 제조 분야는 처우 좋아도 취업 거부
구직자들이 몰린 중소·중견기업 중에는 제조·기계분야 기업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실제로는 채용에 실패한 곳이 많아 서비스 업종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보였다. 애써 인재를 뽑았지만 막상 취업할 때가 되자 일하지 않겠다는 합격자가 많았던 것이다.
의료기기를 다루는 K사는 수백 명의 구직자로부터 지원서를 받았지만 결국 한 명도 뽑지 못했다. K사 관계자는 “수차례 채용공고를 낸 끝에 우리와 맞는 인재를 찾았지만 모두 막판 취업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 기업은 4대 보험 제공, 학자금 보조, 경조금, 퇴직금, 상해보험, 서울지역 근무 등 다양한 복리후생 혜택을 내걸고도 최종 채용에 실패했다.
이런 상황은 기계장비를 다루는 J사도 마찬가지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이 아무리 좋은 고용조건을 제시해도 젊은이들은 이른바 ‘있어 보이는 회사’에서 ‘재미있을 것 같은 일’만 하길 원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 “대학생들, 낮은 초임에 中企 외면” ▼
이날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의 대학생 321명과 중소기업 328개사를 조사해 발표한 결과를 보면 대학생의 절반 이상(52.7%)이 신입사원의 연봉으로 3000만 원 이상을 희망했지만 대졸 초임을 이만큼 주겠다는 중소기업은 8.2%에 그쳤기 때문이다.
대한상의는 “대학생들은 낮은 임금과 복리후생 외에도 중소기업의 불투명한 비전, 고용불안, 능력개발 기회 부족, 낮은 인지도에 불만이 많았다”며 “이를 극복하는 게 중소기업의 큰 과제”라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