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경기 가평군에서 만난 토마스 우르바흐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 사장(사진)은 신형 ‘B클래스’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다. B클래스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중소형 디젤차로 국내에선 5년 만에 선보인 2세대 모델이다. 엔진이 기존 가솔린 2000CC급에서 1800CC 디젤로 바뀐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전 세계 자동차산업의 엔진 다운사이징(배기량을 줄이면서 기존 성능을 유지하는 기술) 추세에 맞춰 연비를 높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줄였다.
기자는 가평에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까지 약 70km 구간을 우르바흐 사장과 함께 B클래스를 타고 시승했다. 시동을 걸어 실내 엔진음을 들었다. 디젤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다. 우르바흐 사장은 동승자석에 앉은 기자에게 “어떤 식으로 운전하면 좋겠냐”고 물었다. 기자가 “본인 스타일대로 하라”고 답변하자 곧 나타난 내리막 커브길에서 기어를 변속하며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B클래스는 스티어링 휠 뒤에 패들시프트(기어변속장치)가 부착돼 운전자가 주행 도중 기어 단수를 자동에서 수동으로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내리막 커브길처럼 운전자의 시선이 앞쪽으로 고정돼야 하는 상황에서도 기어 변속이 용이해 안전한 주행에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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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던 중 적신호에서 차가 멈췄더니 엔진 시동이 꺼졌다. 이 차는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으면 엔진 시동이 자동으로 꺼지는 ‘스타트&스톱’ 기능이 장착됐다. 다른 고급 수입차에서도 볼 수 있는 기능이지만 시동이 다시 켜지고 꺼질 때 엔진음이 부드럽다. 연비를 높이고 싶을 땐 이 기능을 사용하면 된다. 반면 센터페시아 아래 ‘에코(Eco)’ 버튼을 끄면 브레이크를 밟아도 시동이 꺼지지 않는다. 우르바흐 사장은 “강남에서 강북으로 넘어가는 데 1시간 넘게 걸리는 도심 정체에 깜짝 놀랐다”며 “시내 교통 체증이 심한 한국 도로에서 연비를 높일 수 있는 유용한 기능”이라고 말했다.
핸들링이 가벼워 국도처럼 갑작스러운 코너링이 많은 구간에서도 방향 전환이 쉬웠다. 국도 위 요철이나 공사 구간 마무리가 안 된 도로 위에서도 진동 소음이 크지 않았다. 실내 소음에 민감한 여성 운전자들에게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차체는 높은 편이지만 지상고는 이전보다 25mm 낮아졌다. 덕분에 급격한 코너링에도 좌우 흔들림이 크지 않았다. 차와 일체감이 생기며 편안한 주행을 즐길 수 있다. 폴크스바겐 ‘골프’와 비슷한 느낌이다. 시트에 앉는 느낌도 독일차 특유의 단단함이 남아있지만 나쁘지 않은 편이다. 다만 국내 소비자가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가운데 하나인 내비게이션은 채택되지 않았다. 현재 한국 사정에 맞게 개발 중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50여 분 정도 걸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쯤 계기반 디스플레이에 찍힌 연비는 L당 평균 17.2km가 나왔다. 연비는 L당 12.8km였던 가솔린 모델에 비해 22% 정도 높아졌다. 시승이 주로 국도와 고속도로에서 이뤄진 점을 감안해도 경제성은 뛰어난 편이다. B클래스는 가격도 기존 모델보다 60만 원 낮췄다. 독일 판매가를 원화로 환산하면 4500만 원 수준이지만 기본모델을 3790만 원, 스포츠패키지는 4250만 원에 책정했다.
우르바흐 사장은 “올해 전략은 ‘젊은 벤츠’”라며 “최신 트렌드에 맞게 젊은이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 그들이 열망하는 브랜드가 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개성 있는 모델을 수입하고 메르세데스벤츠의 오너가 되고 싶은 젊은 고객을 위한 중소형차 부문으로 라인업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B클래스를 이미 출시한 다른 국가에서는 구입 고객의 절반 이상이 메르세데스벤츠의 신규 고객이었다. B클래스에 이어 메르세데스벤츠는 내년 초 가장 작은 차종인 ‘A클래스’도 국내에 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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