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주인의식 가져야 공동체가 행복하다
자, 한번 곰곰이 따져보자. 그렇게 멋진 도서관을 짓기까지는 돈도 돈이지만 엄청난 노고와 정성이 들었을 것이다. 그런 비용과 수고를 기꺼이 감내한 이유는 무엇일까? 도서관이 단지 책을 관리하고 시험공부를 하는 곳이 아니라 사람과 책이 서로 어우러지는 ‘공동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나아가 책을 통해 모두가 자기 삶의 탐구자이자 주인이 되는 길을 열고자 했을 것이다. 그래서 ‘기적의 도서관’이라고 이름 한 것 아닌가.
사실 그것은 멀리 있지 않다. 당장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다. 우리 스스로가 ‘도서관’이라는 공간의 주인이 되면 된다. 주인이란 무엇인가? 누군가의 배려를 받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배려하는 존재다. 그런데 자기가 본 책조차 스스로 정리하지 않는다니. 마구 어질러 놓아도 누군가가 치워 줄 거라고 믿는 건, 굉장히 당연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소외의 극치다. 주체도 대상도 결코 행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뒤에 도서관장님이 덧붙인 말씀, “일본에 도서관 시찰을 갔는데, 겉에서 보면 아무 특징이 없는 거예요. 근데, 딱 하나 다른 게 거기에선 어른이건 아이건 책을 스스로 정리하더라고요. 몹시 부러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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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로 가는 머나먼 여정, 생애 처음 압록강을 건너면서 연암은 묻는다. “그대, 길을 아는가?” 그리고 이렇게 답한다. “길은 저 강과 언덕 사이에 있다.” ‘사이’란 중간도 아니고 평균은 더더욱 아니다. 이항대립을 벗어나 제3의 길이 생성되는 현장이다. 아니, 생성 그 자체가 길이다. 정치 또한 그러하다. 정치는 계몽과 훈육이 아니다. 서비스와 봉사 또한 아니다. 주체와 대상의 경계를 넘어 모두가 자기 삶과 현장의 주인이 되는 길이다. 그것이 바로 ‘기적’이고, 이 기적을 구현하는 것이 바로 정치다!
고미숙 고전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