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원 도쿄 특파원
단카이 세대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직후인 1947∼1949년에 태어난 세대다. 3년 연속 연간 출생자가 250만 명을 넘어 일본에서는 막대한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세대다.
단카이 세대의 인생 사이클은 패전 이후 일본이 겪어온 부흥과 성장, 버블 붕괴라는 성쇠사(史)와 맞아떨어진다. 이들은 20대인 1960년대에 양질의 막대한 인력을 제공해 일본의 고도성장을 이끌었다. 대학에 진학한 청년 단카이들은 1960년대 미국과 유럽을 휩쓴 반(反)체제 운동인 ‘뉴 레프트’의 기수로 나서 자본주의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정치적 힘을 발휘하기도 했다. 40, 50대에는 기업이나 조직에서 의사결정을 책임지는 자리에 올라 일본 최고 호황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때 20년 장기불황을 잉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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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시대를 주인공으로만 살아온 탓인지 단카이 세대의 자부심 과잉도 문제다. 예를 들어 봉사활동을 하면서도 봉사단체의 엉성한 조직력을 지적하는가 하면 체계적이지 못한 활동을 질타하면서 부조화를 낳고 있다. 오랫동안 조직의 장(長) 역할을 하면서 몸에 밴 상사(上司) 의식을 버리지 못하고 섣불리 나서 가르치려고만 든다는 것이다.
일본의 단카이 세대를 보노라면 한국의 386세대가 겹쳐 떠오른다. 단카이 세대가 일본의 경제적 승리를 이룬 세대라면 한국의 386은 1980년대 치열한 학생운동을 통해 민주화라는 정치적 승리를 이끈 세대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여론을 주도하는 막강한 영향력도 비슷하다.
1980년대에 대학생활을 보낸 한국의 386은 이제 쉰 살을 갓 넘었거나 쉰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허리가 됐다. 하지만 386의 사고는 여전히 1980년대 학생운동 시절, 시대를 선도해야 한다는 과잉 책임감에 빠져 있는 것 같다. 한국의 민주화를 쟁취한 승리감에 도취된 탓인지 자신이 1970, 80년대 고도성장의 수혜자라는 건 잊은 채 과거를 부정하려고만 한다. 중장년층에 접어든 한국의 386이 단카이 세대와 같은 사회적 지탄을 면하려면 이제는 포용력 있는 사회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 같다.
김창원 도쿄 특파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