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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홍권희]베이비부머의 재취업

입력 | 2012-04-18 03:00:00


“새벽 운동을 하면서 눈물을 실컷 쏟아냅니다. 그래야 전직(轉職) 상담을 하면서 울지 않으니까요.” 서울 마포구 공덕동 노사발전재단 서울전직지원센터를 찾은 안모 씨(53)는 김미선 컨설턴트에게 이렇게 털어놓았다. 자동차부품 공장장을 거쳐 자동차 내장재 회사를 경영하던 안 씨는 자금문제로 회사를 정리할 때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하지만 재취업 준비에 나선 자신을 위해 늘 아침을 챙겨주는 아내와 두 자녀를 떠올리면 눈물이 절로 흐른다고 했다.

▷인천전직지원센터 정도영 컨설턴트는 장년층 취업희망자에게 “세상도 변하고 사람도 변하는데 당신 자신이 변하지 않으면 이직(移職)이나 전직은 어렵다”고 말한다. 그는 재취업 지원 경험담을 담은 ‘마흔 이후, 두려움과 설렘 사이’라는 책에서 “마흔 이후 허황된 꿈은 과감히 버리고 자신이 어떻게 평가받는지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 경력을 잘 활용하라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그는 “공개채용보다 훨씬 비중이 큰 인맥을 통한 일자리 찾기를 위해 자신을 브랜드화하라”고 덧붙였다.

▷국내 기업의 정년 연령은 평균 56세이지만 실제 퇴직 연령은 평균 54.1세로 조사됐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퇴직이 시작돼 갈수록 재취업 희망자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전체 인구의 14.6%인 712만 명에 달하는 거대 인구 집단이다. 이들 중 연금 임대소득 등 안정된 수입원을 가진 사람은 일부다. 월 100만 원도 안 되는 국민연금을 조기 수령하는 사람도 많다. 조기 은퇴자가 생활의 안정을 찾지 못하고 떠돌면 정치 불만세력이 될 수 있음을 정부와 정치권도 유념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2차 대전 후 제대군인의 취업지원을 위해 실시한 상담서비스가 1960년대 불황 때 퇴직자의 지원프로그램으로 발전해 1980년 구조조정을 겪은 대기업 대부분에서 시행됐다. 기업과 계약을 한 전직지원 컨설팅 회사가 실무를 담당한다. 유럽연합(EU)은 회원국이 출자한 기금을 활용해 퇴직자 전직지원 서비스를 한다. 일본은 종신고용이 어려워진 1990년대에 퇴직 3년 전 직업훈련 방식으로 전직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국내 기업들도 퇴직자에게 체계적인 전직교육을 제공하고 일자리를 연결해줘야 직원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