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 24명-약사 22명 적발
고령이나 치매 등으로 휴업 중인 약사의 면허를 빌려 약국을 차린 뒤 의약품을 판매해 수십억 원을 벌어들인 무자격 약사와 면허대여 약사 등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7일 약사 면허를 빌려 약국을 개설한 무자격 약사 24명과 이들에게 면허를 대여해 준 약사 22명 등 46명을 적발해 무자격 약사 7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3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차린 무자격 약국은 17곳으로 2008년부터 최근까지 모두 178억 원 상당의 매출을 올려 50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속된 수원시 M약국 실제 업주 강모 씨(58)는 고령으로 쉬고 있는 약사 정모 씨(68) 면허를 월 500만 원을 주고 빌려 2008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하루 평균 100명에게 약을 팔아 37억 원 상당의 매출을 올렸다.
이들은 의약분업 예외지역에서는 의사 처방전 없이도 의약품 조제 판매가 가능하다는 점을 노려 주로 안성과 화성 등 농촌지역에 약국을 개설한 뒤 부당 이득을 취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경기도내에는 114개의 의약분업 예외지역 약국이 영업 중이다. 이들에게 면허를 대여해준 약사들 가운데 7명은 약물성 치매, 지체장애, 정신지적장애, 암을 앓고 있는 환자로 매월 400만∼500만 원을 면허 대여료로 챙겼다.
경찰 관계자는 “약사 면허가 없는 약국 종업원이 의약품을 판매하다 적발된 사례는 있었어도 이번처럼 약사 명의를 빌려 약국을 차리고 무차별적으로 의약품을 판매한 사례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