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프랑스 영화 ‘레옹’의 흥행기록을 넘어선 ‘언터처블:1%의 우정’의 한 장면. 사진제공|블루미지
■ 佛 영화 흥행 지핀 ‘언터처블’의 매력
불같은 사랑 아닌 순애보 사랑 신선
자본주의 사회 계급 문화 풍자 유쾌
장애인 동정 아닌 평등의 시선 따뜻
예상 밖이다. 프랑스 영화 ‘언터처블:1%의 우정’(이하 ‘언터처블’)이 17년 동안 깨지지 않았던 흥행 기록을 바꿨다. 11일까지 140만4803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을 동원, 한국에서 개봉한 프랑스 영화 가운데 최고 흥행작에 올랐다. 종전 기록은 1995년 개봉한 ‘레옹’의 130만 명(배급사 집계)이다.
● “내 장애는 휠체어에 앉아있는 게 아니라 앨리스 없이 사는 거야”
영화의 표면적인 주제는 백만장자 전신장애인 필립(프랑수아 클루제)과 세네갈 출신 빈민가 청년 드리스(오마 사이)의 우정이다. 하지만 막상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남자들의 우정 보다 필립의 순애보다.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하는 필립은 로맨티스트다. 펜팔로 여자친구를 사귀며 사랑을 고백하지만, 정작 만나기로 한 날 장애를 들킬까봐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남자다. 그동안 스크린에서 관능적이고 거침없는 사랑을 자주 접한 관객들에게 필립의 플라토닉 러브는 신선할 수 밖에 없다.
● “도화지에 코피 쏟아 놓고 3만유로나 받아?”
● “당신을 말처럼 뒷좌석에 싣기 싫어요”
‘언터처블’이 관객의 사랑을 받은 또 하나의 이유는 두 주인공의 눈높이가 나란히 서 있어서다. 그동안 장애인이 등장한 영화는 숀 펜 주연의 ‘아이 엠 샘’처럼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육체적 능력의 상·하 관계에 주목하거나 조승우의 ‘말아톤’ 같이 장애의 극복기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언터처블’의 시선은 평등하다. ‘그게 뭐가 문제냐’는 투다. 필립과 드리스는 각각 보살핌을 받고, 돌보는 입장. 하지만 ‘언터처블’은 한 번도 장애인을 동정의 시선으로 다루지 않는다. 관객들이 ‘언처터블’을 보고 “따뜻하다”는 평가를 가장 많이 내놓은 이유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