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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이웃집 사이코패스

입력 | 2012-04-12 03:00:00


영화 ‘양들의 침묵’은 사이코패스가 어떤 존재인지를 생생하게 보여줬다. 하니발 렉터는 잔인하고 지능적이며 고통에 무감각하고 예술적 취향을 가진 사이코패스의 전형이었다. 실존했던 사이코패스로는 30∼100명의 여성을 살해한 테드 번디, 17명의 청소년을 살해해 인육을 먹었던 ‘밀워키의 식인귀’ 제프리 다머, 13명을 살인한 리처드 라미네스가 악명이 높다. 이들은 잘생긴 외모로 여자들의 동정심에 호소해 범행대상을 유인했다. 로스쿨 학생이었던 번디는 법정에서 ‘살인 미소’와 뛰어난 언변으로 스스로를 변호했다.

▷연쇄살인범 유영철과 강호순은 한국의 사이코패스다. 유는 2003, 2004년 노인과 여성 등 20명을 잔혹하게 살해했다. 자신의 손에 알맞게 제작된 손망치를 이용해 살해하고 증거를 없애기 위해 시신을 토막 내거나 불을 냈다. 이 사건은 영화 ‘추격자’의 모티브가 됐다. 강은 2005년 10월 집에 불을 질러 장모와 아내를 살해하고 뒤이어 군포 여대생을 포함해 7명의 여성을 살해했다. 이들은 범죄에 대한 반성 없이 사형 집행을 기다리고 있다.

▷사이코패스는 정신병이 아니다. 망상 환각 환청으로 인해 분열을 겪고 행위의 결과에 대한 인식이 없는 정신병 환자와는 달리 사이코패스는 반(反)사회적 성격장애다. 사이코패스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다른 사람의 고통에 냉담하다는 것이다. 거짓말탐지기를 통과하는 유일한 범죄형이 사이코패스다. 인구의 4%가 이런 성향을 갖고 태어난다는 통계도 있다. 가족의 보살핌과 교육의 영향으로 이런 성향이 드러나지 않지만 살다 보면 주변에서 이런 성격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일이 왕왕 일어난다.

▷수원 20대 여성을 살해한 오원춘이 사이코패스 검사(PCL)에서 유영철(34점)보다 낮은 점수(22점)를 받았다고 한다. 오가 소심한 성격에 범행이 우발적이었으며 얼굴을 가리고 시신을 훼손했다는 점에서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일반적 재소자와 비교할 때 22점도 낮은 점수가 아니다”라며 전봇대 뒤에 숨어 있었다거나,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하고 유기를 위해 검은 봉투를 산 행위도 오가 나름대로는 머리를 쓴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지능지수와 교육 수준이 낮은 변형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크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바로잡습니다]


◇12일자 A34면 ‘이웃집 사이코패스’란 제목의 횡설수설에서 이수정 교수는 경희대가 아니라 경기대 교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