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길병원 창립자인 이길여 총장은 이 기사를 읽으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고마운 마음과 함께 우리보다 형편이 못한 국가의 어린이를 데려와 보은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로부터 8년 후, 한국이 의료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1991년에 이 총장은 빚을 갚을 수 있게 됐다. 당시 미수교 국가였던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심장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던 24세의 여성 도티늉 씨를 만났다. 이 총장은 백방으로 노력한 끝에 그를 인천 길병원으로 데려와 수술하는 데 성공했다.
가천대 길병원은 사회공헌이란 용어 자체가 생소했던 1968년 무료 자궁암 검진을 시작했다. 이 총장은 의사와 간호사는 물론 미용사까지 포함된 대규모 봉사단을 이끌고 인천지역의 섬을 순회했다. 44년간 11만9665명이 혜택을 받았다.
이 총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가천문화재단은 13년간 전국 121명의 효녀에게 심청효행상을 수여했다. 효녀 심청전의 무대인 백령도와의 인연으로 제정한 상이다. 이 총장은 1995년 대한적십자사가 적자로 포기한 백령 길병원을 지역 주민들의 간곡한 요청에 따라 인수했다. 적자를 감수하면서 의료혜택을 제공했다.
가천길재단은 ‘새생명찾아주기 운동본부’를 설립해 저소득층 무료 수술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베트남 한센병 환자 후원 사업, 0∼3세 영·유아를 위한 육아지원 사업인 ‘세살마을’ 운동도 벌이고 있다.
가천길재단의 봉사활동은 2010년 가천대가 약학대학을 유치할 때 큰 힘이 됐다. 백령도와 강화도 주민 2225명이 가천대 지지 청원서를 냈다. 그래서 이 총장은 “봉사를 하면 후대가 아닌 자기 대에 복을 받는다”는 말을 즐겨 한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