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폐인’ 만드는 디시인사이드 비결은?

◇우리는 디씨/이길호 지음/422쪽·1만7000원·이매진

인류학 연구자인 저자가 2007년 말부터 웹사이트 디시인사이드(디시)를 2년간 관찰 기록한 연구서. 디시는 1999년 디지털카메라 정보 제공 사이트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각종 신조어와 논란을 쏟아내는 인터넷 유행의 출발점 역할을 하고 있다.

저자는 ‘증여와 전쟁, 권력이 디시를 지배하는 핵심 질서’라고 분석한다. 디시인들은 완성도가 높거나 눈길이 가는 자료를 게시판에 올려 다른 이들에게 증여하고, 이로써 이름을 널리 떨치기를 원한다. 이 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디시인들은 떡도 밥도 나오지 않는데 밤새워 게시물을 만든다.

이들은 또 전쟁을 통해 자신의 소속감을 확인한다. 디시인들은 사진 첨부가 필수인 ‘갤러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데 종종 갤러리 간 전쟁(다른 갤러리 게시판을 도배해 서버를 무력화함)을 벌여 영토를 굳건히 한다.

디시의 권력은 다른 공간과 전혀 다르다. ‘본좌’로 칭송받는다 하여 함부로 행동하다간 금세 ‘허세’로 낙인찍혀 ‘신상털기’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디시인들이 권력의 탄생과 유지를 지속적으로 경계하며 완벽한 평등을 지향해 나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