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정 객원논설위원·기초과학연구원장
고장 난 인재확보 시스템의 대표적 예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회의원 선거를 들 수 있다. 각 당이 공천 과정에서 나름대로 노력을 했다지만 국민의 눈에 감동할 만한 후보자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특히 비례대표 후보 공천에서 원래 취지대로 사회 각 분야의 전문성을 고려했다기보다 정치적 안배에 그친 인상이다. 게다가 선거 과정에서도 좋은 인재를 뽑는다는 인식보다 정파적 이해관계와 편 가르기가 기승을 부리는 듯한 것은 유감스럽다. 앞으로 4년간 사회를 이끌어 갈 정치 엘리트를 뽑는 과정인데 제대로 된 인재확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국회의원뿐 아니라 법관 고위공무원 외교관 등 전통적인 사회 엘리트를 양성하고 선발하는 과정도 크게 흔들리고 있음이 최근 여러 사건에서 드러났다.
인기직종 ‘과잉 기득권’ 제어해야
우수 학생들의 편중 현상으로 심각한 인력 부족을 겪고 있는 이공계를 포함한 일부 직종의 경우 국내에서 인재를 조달할 수 없다면 이제는 외국의 인재를 수입하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때가 됐다. 우리나라가 산업화를 시작했을 때 선진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외국 기술자와 재외 한국인 과학기술자를 유치했고, 유치 과학자들은 지금 우리 기업들이 세계를 상대로 당당히 기술 경쟁을 할 수 있는 초석을 놓았다. 그러나 요즘은 재외 과학자, 특히 중견 과학자 영입에 상당히 소극적이다. 국내 기반이 어느 정도 갖추어졌고 과거 일부 영입 과학기술자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낸 탓도 있겠지만, 국내 과학기술계가 그동안 쌓아놓은 기반을 놓치기 싫어하는 정서도 작용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분야이지만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떨어져 있는 분야도 있고, 외국 유명 과학자와 힘을 합치면 당당히 세계를 장악할 수 있는 분야도 있다. 이런 분야에는 재외 과학자의 영입을 적극 추진해야 하지만 그 분야의 과학자들이 오히려 소극적이다. 미국이나 독일 등 내로라하는 과학 선진국들도 필요할 땐 외국 학자들을 과감히 영입하는데, 우리가 이처럼 소극적인 자세를 가져서는 진정한 과학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 해외인재 파격대우로 유치
다행히 최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서 이공계 핵심 인재 10만 명 양성을 주장하고 나섰고, 정부도 이공계 르네상스 계획과 두뇌귀환(Brain Return-500) 프로그램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안 된다. 중국은 이미 ‘첸런(千人)계획’ 등을 내세우며 이공계뿐 아니라 금융계 등 여러 분야의 해외 인재를 파격적인 대우로 유치하고 있고, 싱가포르 독일 심지어 이스라엘까지 국내외 핵심 인재 양성과 확보에 발 벗고 나섰다. 우리도 더 늦기 전에 꼭 필요한 사회 각 분야의 인재 양성과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서 우선 과거의 기득권 때문에 심각하게 왜곡돼 있는 국내의 인재양성 시스템을 대폭 손질하고, 더불어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해 정부 학계 산업계가 같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오세정 객원논설위원·기초과학연구원장 sjoh@mulli.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