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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으로 빚은, 자연의 얼굴들… 성곡미술관 이재효 전

입력 | 2012-04-03 03:00:00


적막하면서도 충만한 늦가을 숲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스치기만 해도 바스락 소리가 날 듯한, 바짝 마른 나뭇잎과 나뭇가지로 만든 설치작품이 자연의 표정과 숨결을 전해준다. 강가에서 주운 돌멩이를 철사에 길게 묶어 공중에 매단 육중한 작품(사진)은 중력의 법칙을 거슬러 경쾌하게 다가온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성곡미술관이 중견중진 작가를 조명하는 9번째 전시로 마련한 이재효 씨(47)의 ‘자연을 탐(探)하다’전은 소박한 재료를 이용해 자연의 근원적 질서를 탐구한 작업을 소개한다. 나무와 못을 집적해 다양한 형태로 깎아낸 뒤 그 속살과 단면을 드러낸 작업이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상업적 성공 뒤에 가려졌던 예술세계의 깊이와 치열한 면모를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전시다. 1991년부터 최근까지 작업해온 조각 설치 드로잉 오브제 등 300여 점을 볼 수 있다.

그의 작업에선 자연과 인공, 나무와 철처럼 대립되는 요소들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상호보완적 관계를 추구한다. 나무를 소재로 만든 작업이 얼핏 철 조각처럼 보이고, 철을 용접해 만든 작품에서 자연의 표정이 느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대형 설치작품 외에 핀, 용수철, 수건, 담배꽁초 등 버려진 사물로 만든 오브제 드로잉과 소품도 놀라운 상상력으로 눈을 즐겁게 한다.

시골에서 나고 자랐으며 지금도 시골에서 사는 작가는 산길을 걷다 마음에 파고드는 재료를 만나면 그들이 원하는 형태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는 “내 작업은 메시지를 담은 게 아니라 가장 흔한 재료를 빌려 자연의 에너지나 표정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뭇잎 못 돌 등 보잘것없는 것들이 모여 큰 의미를 이루는 그의 작업은 자연을 담고, 자연을 닮아서 울림이 깊다. 5월 27일까지. 02-737-7650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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