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김새 1, 2/김지하 지음/167쪽·175쪽·각권 8000원·신생
김지하. 그가 ‘시김새’란 제목의 시집 두 권을 냈다. 1970년대 필화사건을 일으켰던 시집 ‘오적’,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담은 ‘타는 목마름’을 냈던 그는 평생 저항시인, 민족문화운동가로 불려왔다. 불같은 청장년을 지낸 그도 이제 일흔한 살이 됐고, 시에는 다른 음조의 아픔이 배어 있다.
‘잠속에서 들으면/아내의 기침소리/좋지 않다//끊임없이 일하는 그이/쉬지도 않는/그이의/외로움//…//나는 구석방에서 겨우 겨우/숨쉰다//살아있는 것 단 한가지로 그저 그렇게//서럽다.’(시 ‘아내의 기침소리’에서)
시인은 2009년 정운찬 국무총리 인준 청문회 당시 한 일간지에 쓴 정 총리후보자 옹호 칼럼, 이명박 대통령 중앙아시아 순방길에 동행했던 황석영 씨에 대한 옹호 등으로 논란을 빚었다. 이번 시집에는 ‘이익공유제와 소말리아 해적 소탕’이란 시가 실려 있다.
‘정운찬의/이익공유제와/김관진의/소말리아 해적 소탕은/시(詩)다//내가 현 집권층의 어떤 일을/참으로 감동하기는/처음//처음은 호혜와 교환이/객관적 시장패턴 안에서/현실화하는/길//다음은 글로벌 물의 시대에/민족의 생명을 지킨/한 작은 나라의 커다란/모범//난/처음으로 국가에 대한 만족 비슷한/촌놈다운 안심에 사로잡힌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