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해외 진출 방식은 주로 인수합병(M&A)이다. 현지 금융회사를 인수하면 쉽게 영업을 할 수 있다. 실패 위험도 상대적으로 적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해 다소 주춤했던 해외 진출은 4대 금융그룹을 중심으로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금융회사들도 ‘글로벌 인재 육성’에 앞장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비즈니스에 특화된 인재를 다수 양성하는 것이 M&A만큼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4대 금융그룹의 수장들 역시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글로벌 인재 육성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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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성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지역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2002년부터 12차례에 걸쳐 80명의 지역전문가를 양성해 자신의 전문지역에서 근무하거나 본점에서 해외 업무를 보고 있다. ‘지역연구회’를 조직해 총 393명의 행원이 각 지역의 문화와 언어를 공부하도록 했다.
지난해부터는 계장과 대리급을 중심으로 7개 언어별로 ‘글로컬 주니어(Glocal Junior)’ 23명을 선발했다. 이들은 현재 주말마다 금융연수원에 모여 교육을 받으며 국제금융과 외국어 감각을 익히고 있다. 2007년부터 매년 10명 내외의 외국인 유학생 인턴도 채용하고 있다.
국내외 경영전문대학원(MBA)에서 행원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도 2006년부터 마련됐다. KAIST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서울대 등 국내 10여 개 대학과 미국 15개 MBA 과정을 총 187명이 이수했거나 현재 재학 중이다.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2009년 아시아 금융시장의 거점인 홍콩에 ‘신한 홍콩 캠퍼스’를 설립해 4개월짜리 교육과정을 운영 중이다. 연간 100여 명의 행원이 이곳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감각을 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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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의 유명 MBA는 물론이고 일본의 와세다대, 중국의 베이징대 및 칭화대와 협정을 맺어 MBA 수학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대 및 핀란드 헬싱키 MBA와 연계한 ‘신한금융대학원’을 설립해 석사 학위 과정으로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글로벌 인력을 3개 분야로 나눠 육성하고 있다. 본부 인력은 한국인을 채용해 해외법인 관리 및 현지법인 근무를 맡긴다. 한국에 유학 경험이 있는 외국인은 ‘한국 유학인력’으로 채용돼 현지 근무를 시킨다. 또 현지에서 직접 우수인력을 채용해 국내 본부와 순환근무를 하도록 하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세계적인 MBA와 함께 공동 교육과정도 만들었다. 임원과 간부급이 대상이다. 2008년에는 와튼스쿨, 2010년에는 프랑스 유럽경영대학원(INSEAD)과 공동 운영했다. 인재육성위원회를 통해 선발된 대상자들은 고려대 경영대학원에서 한 달간 9개 과목을 사전 이수한 뒤 이러한 해외 MBA에서 수학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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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은 아예 해외 우수인력을 직접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매년 100명씩 해외에서 인력을 직접 뽑고 있다. 이들은 KB국민은행과 KB국민카드 등 계열사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역량을 착실히 키워 나가고 있다. 올해에도 이미 채용을 시작해 미국과 중국에서 인터뷰 면접이 진행되고 있다.
기존 직원들을 ‘글로벌 인재’로 육성하기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도 마련됐다. KB금융의 글로벌 인재 교육은 크게 국내외 MBA 과정과 글로벌 비즈니스 전문가 양성 과정으로 나뉜다. 국내 MBA 과정은 자체 개발한 ‘KB금융 MBA’ 외에도 KAIST와 공동으로 운영 중인 MBA 과정도 있다. 직원 일부를 선발해 세계 20대 MBA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과 함께 지난해부터는 중국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베이징대, 칭화대, 런민대와 함께 MBA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