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 연장으로 세대간 갈등 그린 미래 SF소설 잇달아
18세가 될 때까지는 투표권을 주지 않으면서, 죽을 때까지 왜 투표권을 줍니까. 70세넘으면 투표해선 안됩니다.(2030년 그들의 전쟁, 왼쪽) 100세 엔더는 ‘바디뱅크’를 통해 10대의몸을 빌려 쓰기도 한다. 다시 젊어지고 싶어 하는 노인들이 거액을 주고 대여한다. (스타터스, 오른쪽)
“미성년자 고용은 연장자 고용 보호법으로 금지됐다. 연장자 인구의 수명이 늘어난 만큼, 그들이 직장에서 밀려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19세 이하의 미성년자에게 노동을 금지하는 결정이 내려졌다.”(‘스타터스’)
젊은 세대와 노년층이 극심하게 대립하는 미래 상황을 소름끼치게 담아낸 SF소설이 잇달아 출간됐다. 지난달 나온 ‘2030년 그들의 전쟁’(북캐슬)은 2030년 미국이 배경이다. 2020년대 암을 퇴치하는 약과 뼈를 튼튼하게 하는 약이 개발된 후 인간의 평균 수명이 100세를 넘어 150세를 바라보는 시대다. 고령인구에 대한 국가의 복지비가 천문학적으로 늘자 이에 분노한 젊은이들은 ‘늙고 낡은 것’을 혐오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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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0년 그들의 전쟁 “국가 복지비 너무 써”… 노인 대상 테러
30일 출간될 예정인 ‘스타터스’(황금가지)는 생물학 전쟁으로 중장년층이 모두 사망하고 사회적 약자란 이유로 백신을 먼저 맞은 10대와 노인만 남은 미래의 미국 사회가 배경이다. 이곳에서 10대는 ‘스타터(starter)’, 노인은 ‘엔더(ender)’라고 불린다. 의학의 발달로 기대수명이 200세가 된 엔더들은 자신의 직업을 유지하기 위해 스타터들의 취업을 금지하는 법을 만든다. 부유한 조부모를 둔 스타터는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반면 보호자가 없는 스타터는 국가보호시설에 갇혀 노동력을 착취당한다.
● 스타터스 100세 노인들 10대 몸 빌려 젊음 즐겨
소설 ‘헝거 게임’(북폴리오)은 부유한 기득권층의 오락거리가 된 가난한 10대 소년 소녀들이 주인공이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북미대륙에 독재국가 ‘판엠’이 건설된다. 이 나라에서는 해마다 12개 구역에서 10대 남녀 2명씩을 추첨으로 뽑은 후 1명만 살아남을 때까지 서로 죽이게 하는 ‘헝거 게임’을 진행한다. 이 과정을 24시간 리얼리티 TV쇼로 보여주고 시청자들은 마음에 드는 소년이나 소녀에게 돈을 건다. 이 소설은 2009년 국내 출간됐지만 동명의 영화로 제작돼 다음 달 국내에서 개봉하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 헝거 게임 “죽여야 내가 산다” 살인 리얼리티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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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가 기존 시스템에 진입해 부를 창출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미래의 한국 사회도 소수의 부유한 노년층과 다수의 가난한 청년 및 중장년층만 남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교수는 “세대와 계급 문제가 맞물리면 사회 갈등이 전쟁을 불사할 정도로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