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 국제부 기자
북한은 몇 년 전부터 북-중 국경을 체제 보위의 최전선으로 간주하고 있다. 병력을 꾸준히 늘리고 양은 보잘것없지만 군량미와 피복도 국경경비대부터 공급한다.
그 대신 남쪽 최전방의 1, 2, 4, 5군단은 북에서 가장 힘없는 집 자식들이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부대가 됐다. 특히 강원도 1, 5군단이 가장 심각하다. 군인들의 키가 160cm 안팎에 불과하고, 병력의 3분의 1이 영양실조인 현역 중대도 부지기수다. 군인들은 밥 한 끼에 영혼도 팔 만큼 굶주려 있다. 무게 48.7kg인 한국군 완전군장을 착용시키면 태반이 그 자리에 주저앉을 판이다. 배가 고파 탈영한 군인이 너무 많아 당국이 처벌을 포기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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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속에서도 북한이 중국과의 국경 병력을 기를 쓰고 늘리는 것은 한국군의 북침 가능성보다 대량 탈북 가능성을 훨씬 더 우려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는 형국이다.
이참에 북한이 아예 아랫돌을 뺄 수 없게 만들면 어떨까. 만약 비무장지대(DMZ)를 통해 굶주린 군인들이 무더기로 남쪽에 귀순한다면 북한으로선 더 이상의 재앙은 없을 것이다. 북한의 지금 형편으론 남과 북 두 개의 전선을 동시에 꽁꽁 막는 건 불가능하다. 탈북을 막아야 할 신세대 군인들에겐 충성심도 기대하기 힘들다.
가령 DMZ에 수많은 귀순 통로를 만든다고 상상해 보자. 대전차 지뢰나 방해물, 철조망 등은 그대로 두되 일정 구간의 대인지뢰만 제거하는 것이다. 북한 군인들이 잘 볼 수 있게 ‘지뢰 없음’이라는 팻말도 크게 세운다. 안보상 불안은 첨단 무인 감시체계 등 한국의 앞선 군사력으로 최소화할 수 있다. 실시해 보고 득보다 실이 더 크면 통로를 다시 닫으면 그만이다.
북한군에겐 당장의 배고픔을 면하고 달러를 벌어 가족에게 보내줄 수 있는 생명의 통로가 열리는 셈이다. 자기가 지키는 지역을 통과해 남쪽으로 넘어 오면 중국에서처럼 북송될 위험도 없다. 행방불명된 탈영병이 워낙 많다 보니 몰래 오면 가족이 피해 볼 염려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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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국제부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