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는 고농축우라늄(HEU) 1600t과 플루토늄 500t이 산재한다. 핵무기 12만6500개를 만들 양이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53개국 정상은 내년 말까지 HEU 최소화 목표를 수립해 발표하기로 합의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이미 핵무기 2만 개를 만들 수 있는 HEU와 플루토늄 폐기를 진행 중이고,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8개국은 480kg의 HEU를 제거했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각국의 HEU 포기가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갈 길이 멀지만 서울 핵안보회의는 ‘더 평화롭고 안전한 세계’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
서울 핵안보회의는 핵안보(Nuclear security)를 선언 수준에서 실천 단계로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핵안보는 테러범들의 불법적인 핵물질 탈취 및 거래, 원자력 시설 등에 대한 테러를 차단하기 위한 포괄적 핵테러 방지를 뜻한다. ‘서울 코뮈니케’에 담긴 내용은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각국 정상들이 자발적으로 합의한 것이기 때문에 실천 가능성이 높다. 공식 의제는 아니었지만 주요국 정상들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개발을 거론하고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의미도 작지 않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2개 이상의 국가가 공동이행약속 형태로 핵물질 감축 목표를 제시하는 방식이 새롭게 등장했다.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는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제작 과정에서 HEU 사용을 최소화하고 궁극적으로 의료용 HEU 사용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한국 미국 벨기에 프랑스는 저농축우라늄(LEU)을 이용한 연구용 원자로 활용 연구에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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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들은 일본의 후쿠시마 사태를 계기로 삼아 핵안보와 핵안전을 연계해 효과적인 대응을 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논의했다. 서울 회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제의로 시작된 핵안보정상회의를 핵 안전과 비확산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는 최상위 포럼으로 승격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