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 청라언덕에 있는 90계단. 걸음을 옮길 때마다 3.1운동 정신을 느낄 수 있다.
○ 30분 안에 100년 역사를 넘나들다
장철수 씨(44·서울 동대문구 제기동)는 다음 달 가족과 함께 대구 경상감영공원을 찾을 예정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장 씨가 올봄 가족테마여행지로 꼽은 곳은 달구벌 대구다. 그것도 그다지 널리 알려지지 않은 도심의 한 공원이다. 지난해 가을 대구 출장 때 우연히 본 경상도 관찰사의 달구벌 순찰 행차 재현 모습을 가족에게 보여주고 싶어서다. 그는 “이 모습과 함께 민족시인 이상화 고택, 국채보상운동이 시작된 대구의 이모저모를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지금 대구를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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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10여 분 걸어가면 100년 전 대구를 만난다. 1919년 3월 계성학교 신명학교 성서학당 대구고보 학생들이 ‘대한독립’을 외쳤던 3·1만세운동길과 청라언덕이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적에 나는 흰 나리 꽃 향내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이은상 작사, 박태준 작곡의 가곡 ‘동무생각’에 나오는 청라언덕은 중구 동산동 계명대 동산병원 안에 있다. 1922년에 발표된 이 노래의 가사는 계성학교를 다니던 박태준이 신명학교 여학생을 짝사랑했지만 고백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은상이 만들었다.
‘동무생각’을 흥얼거리며 조금 걸어 나오면 서울과 평양에 이어 세 번째로 지은 고딕양식의 계산성당이 나온다. 김수환 추기경이 사제 서품을 받았고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결혼식을 올린 바로 그 성당이다.
성당을 나와 5분 정도 걸으면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로 유명한 이상화 시인의 고택이 나온다. 시인은 1939년부터 1943년 작고할 때 까지 이곳에 살았다. 옆에는 국채보상운동을 이끌었던 서상돈(1850∼1920)의 고택과 김원일의 소설 ‘마당 깊은 집’에 등장하는 2층 양옥인 정소아과 건물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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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투어에 참가한 학생들이 가곡 ‘동무생각’에 나오는 청라언덕 옆 의료선교박물관을 둘러보며 대구 근대역사를 체험하고 있다(위). 경상감영공원 옆에서 경상도 관찰사가 달구벌을 순찰하는 모습을 재연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하단 왼쪽). 소설 ‘마당깊은 집’의 배경인 대구 중구 골목길에서 열린 ‘마당깊은 집 마을축제’에 참가한 관광객들이 전통 뻥튀기 모습을 구경하고 있다.
부산에 사는 조영훈 씨(45)는 최근 팔공산 갓바위를 처음 찾았다. 일 스트레스로 심신이 지쳐있던 그는 갓바위에서 위안을 얻고 돌아갔다. 조 씨는 “갓바위 석불이 남쪽을 향하고 있어서 그런지 느낌이 더 좋은 듯하다”며 “직접 올라 보니 듣던 것보다 훨씬 매력적”이라고 고 말했다.
대구 관광에서 놓칠 수 없는 것이 팔공산과 비슬산, 낙동강의 강정고령보이다.
팔공산(1192m)에는 정성껏 기도하면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갓바위와 대한불교조계종 13대 종정 진제 스님이 조실로 있는 동화사가 있다.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 견훤과 ‘공산전투’를 벌인 곳으로도 유명하다. 왕건을 구하기 위해 왕의 옷을 입고 싸우다 목숨을 잃은 신숭겸 장군의 유적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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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에 먹을 것이 없다고요. 천만에요
대구에는 먹을 만한 음식이 별로 없다고들 하지만 이도 편견이다. 대구시는 2006년 ‘대구 10미(味)’를 선정해 이 같은 선입견을 바꿔나가고 있다. 국과 밥을 따로 내놓은 따로국밥 △멸치로 육수를 낸 누른국수 △고춧가루와 마늘로 매운 맛을 강조한 동인동 찜갈비 △생고기를 뭉텅뭉텅 잘라서 내놓는 뭉티기(생고기) △아주 얇은 만두피와 부추와 양파를 넣은 양념장을 얹어 먹는 납작만두 △콩나물을 넣어 불고기처럼 만든 복어불고기 △잔치음식으로 출발해 항구도시까지 진출한 무침회 △논메기로 만든 매운탕 △막창구이 △야끼우동(해물볶음우동)이 그것이다. 지하철 중앙로역 근처의 ‘원조 국일따로국밥’은 65년, 중구 남산초교 맞은편 ‘미성당 납작만두’는 49년째 독특한 맛을 이어가고 있다.
미식가들은 최근 대구 10미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코스 메뉴 ‘대구 10미 정찬’을 개발했다. 대구미식가위원회 윤병대 사무국장은 “신선한 제철 식재료로 만든 대구의 한정식을 먹은 뒤 대구 10미를 한 가지씩 안주 삼아 술 한잔 즐기면 대구의 맛이 저절로 돋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호 기자 inho@donga.com
▼ 홍호용 대구관광진흥회장 “중국관광객의 관심 확인해 상품으로 연결” ▼
대구 달성군 가창면 ㈜스파밸리 회장인 홍 씨는 “중국 관광객들은 팔공산과 비슬산 등 대구의 자연이나 삼성그룹의 모태인 삼성상회 터에 큰 매력을 느낀다”며 “이처럼 중국인들이 무엇에 관심을 가지는지 확인해 관광 상품으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 관광객의 생활습관 등 작은 부분까지 배려해 대구에 머무는 동안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회장은 “중국인은 의자에 앉아 밥을 먹기 때문에 한정식을 좋아하면서도 지금처럼 앉아서 먹고 나면 힘들어한다”고 했다. 의자에 앉아서 한정식을 즐길 수 있는 식당을 늘려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대규모 중국관광객 유치와 함께 소수의 부자 관광객을 위해 고급한옥호텔 등 맞춤형 준비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 회장은 “대구를 찾는 관광객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섬세하게 챙기고 기존의 관광자원에 시민들의 따뜻하고 친절한 마음이 합쳐지면 대구 관광의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