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두영 과학동아 편집인
뉴턴의 정치활동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거의 없다. 특별한 활동이나 발언을 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뉴턴은 의회에서 딱 한 번 발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늘 침묵하던 그가 의장에게 발언권을 신청하자 동료 의원들은 놀라서 주의를 집중했다.
“하인에게 창문을 닫으라고 명령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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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턴의 사례로 볼 때 과학자의 정치 참여에 대해 어떤 의견을 낼 수 있을까. 아무리 위대한 과학자라도 정치에는 젬병이다? 뉴턴의 정치적인 식견이나 역량에 대해 알 수는 없지만, 당시 명예혁명이 일어나고 권리장전이 제정되던, 세계사적인 정치의 격동기에 뉴턴이 무슨 의견을 낼 수 있었을까 싶다. 과학사로 보면 뉴턴이 위대한 정치가가 되지 않은 게 오히려 다행일 것이다.
독일의 정치가인 로베르트 미헬스는 저서 ‘정당사회학’에 ‘뉴턴을 위한 변명’처럼 보이는 서문을 실었다. ‘정치나 종교 문제에 대해 자신과 다른 의견을 들으면 심장이 요동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들을 건드리고 싶지 않다. 그런 사람들과는 토론이 불가능하다. 심장이 요동치면 두뇌는 멈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특정 단어를 들으면 심장이 요동치면서 두뇌가 멈춰 버리는 정치가가 유독 많아 보인다. ‘천안함’이라는 단어에 핏대를 세우면서 증거 앞에 ‘조작’과 ‘의혹’만 주장하는 사람들. 발생하지도 않은 광우병을 가지고 촛불을 켜고, 막대한 피해를 입힌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 앞에서는 ‘촛불’을 꺼버리는 사람들. 아스팔트에서 발견된 기준 이하의 방사성물질을 놓고 호들갑을 떨면서 북한의 핵 문제에는 침묵하는 사람들. 멸종위기종을 위한 예산에는 침묵하다가 4대 강과 강정마을에 가면 목소리가 높아지는 사람들. 블랙아웃 직전의 순환정전 사고는 들쑤시면서 고리원전 정전 사고에는 짐짓 눈을 감는 사람들.
이렇게 특정 단어에 한쪽으로만 예민하기 때문에 심장 박동 수가 갑자기 요동치면서 논리적인 좌뇌의 뇌파가 순식간에 잦아든다. 그래서 여야 할 것 없이 명패를 집어 던지고 전기톱과 해머를 휘두르며 최루탄을 내던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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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두영 과학동아 편집인 huhh2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