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이호준 ‘잃어버린 4년’ 탈출 안간힘
SK 이호준(36·사진)은 지난 4년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2007년 시즌 직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4년간 총액 34억 원의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후 무릎 부상으로 내내 부진했다. 4년 동안 친 홈런은 겨우 35개. 그가 2003년 한 시즌에 기록한 홈런(36개)보다 적다. 5억 원이던 연봉은 올해 2억5000만 원으로 반 토막 났다. 2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만난 그는 부활을 다짐하고 있었다.
○ “병살타 쳐도 뻔뻔히 고개 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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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에는 병살타 하나만 쳐도 ‘고개 숙인 남자’가 됐다. 지난 4년은 더욱 그랬다. 그는 “내 타석 때 누상에 주자가 없기를 바라기도 했다. 피하고만 싶었다”고 당시의 심정을 털어놨다. 큰아들이 학교에서 “너희 아빠는 먹튀”라고 놀림을 당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
그는 올해 병살타를 쳐도 ‘뻔뻔히’ 고개를 들겠다고 다짐했다. “야구는 자신감이 있어야 잘 풀린다. 예전처럼 떳떳한 마음가짐으로 야구를 하고 싶다”는 거였다. 예전의 패기를 되찾지 않고서는 ‘이호준다운 야구’를 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 “미국 전지훈련 탈락한 설움을 방망이로 풀겠다!”
이호준은 1월 구단 행사 도중 먼저 자리를 떴다는 ‘죄’로 미국 전지훈련 명단에서 제외됐다. 후배들이 따뜻한 미국에서 경기 감각을 익힐 때 그는 추운 문학구장 실내연습장에서 2군 후배들과 방망이를 휘둘렀다. 2월 일본 오키나와 훈련에 뒤늦게 합류했지만 이호준은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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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격 폼까지 바꾸고 심기일전!”
이호준은 정상호, LG에서 이적한 조인성 등과 4번 타자 경쟁을 하고 있다. 그는 “난 뒷전이라고 들었다”며 손사래 치면서도 “그동안 쭉 4번 타자만 했다. 하지만 자존심 내세우지 않고 실력으로 다시 4번 자리를 찾아오고 싶다”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겨우내 타격 폼을 바꿨다. 장타를 치기 위해서였다. 과거에는 위에서 아래로 찍어 내리는 스윙을 했다면 올해는 아래에서 위로 들어올리는 폼으로 변화를 줬다. 그는 2007년 짧은 스윙을 원했던 김성근 감독(현 고양 원더스 감독)의 주문으로 타격 폼을 바꿨다. 하지만 이호준은 “2002∼2004년에 공을 걷어 올리던 내 스윙을 찾아야 예전의 장타를 되살릴 수 있다”고 했다.
이호준의 별명은 ‘로또준’이다. 처음엔 ‘대박이 났다’는 뜻이었지만 최근에는 ‘거의 못 맞힌다’는 의미로 변질됐다. 이를 악문 이호준은 올해 시범경기에서 타율 0.429(14타수 6안타)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부활을 향한 이호준의 날갯짓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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