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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수교 20주년 행사 차관급 행사로 격하

입력 | 2012-03-22 03:00:00

후주석 참석 추진했다 무산… ‘탈북자 문제’ 영향 끼친듯
15주년땐 원자바오 참석




한중 양국 정상이 개회식과 폐회식에 직접 참석하는 것으로 추진됐던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사업이 결국 차관급 행사로 격하됐다. 탈북자 처리 문제 등으로 인해 양국 외교 관계가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다음 달 3일 서울에서 열리는 ‘2012년 한중 우호교류의 해’ 개막식에는 한국 문화체육관광부와 중국 문화부 차관(부부장)이 양측 대표로 참석하기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11월 베이징(北京)에서 열릴 예정인 폐막식도 양국 차관이 주재하는 쪽으로 잠정 결정됐다.

한국 정부는 당초 올해 수교 20주년 기념사업을 최고위급 행사로 추진키로 하고 개·폐막식에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하는 방안을 중국과 협의해 왔다.

2007년 서울에서 열린 수교 15주년 개막식에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참석했던 만큼 20주년인 올해는 격을 한 단계 높이자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후 주석이 26, 27일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하는 기간에 개막식을 갖는 쪽으로 중국과 협의해 왔다.

중국 측은 작년 말까지만 해도 긍정적 반응을 보였지만 올해 들어 후 주석의 서울 체류 기간이 1박 2일에 불과할 것이라며 불참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후 주석의 방한 일정을 하루 늘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총리나 양국 장관이 참석하는 방안을 타진했지만 이마저도 수용이 안 돼 문화부 부부장이 오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또 개막식 일자도 4월로 미뤘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 당국이 후 주석의 짧은 체류 일정을 들어 개막식 참석에 난색을 표명했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후 주석이 이번에 한국에 머무는 기간이 3박 4일이나 된다”며 허탈해했다.

중국이 후 주석의 개막식 불참 및 부부장 참석으로 최종 결정한 시점은 2월 말이다. 당시 한국에서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 반대 여론이 본격화됐고, 이에 따라 한중 간 외교 관계가 긴장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은 중국이 한국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표출한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북한의 김정은 체제를 의식해 한국과 일부러 거리를 두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기념사업에 대해 중국은 처음부터 뜨뜻미지근한 태도였지만 한국이 일방적으로 행사의 격을 높이려 무리수를 둔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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