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영화 최고 무술감독 정두홍씨와 꿈같은 만남
인천 남동경찰서 보안과 최현권 경사와 새터민 김명수 군, 정두홍 무술감독(왼쪽부터)이 경기 파주시의 서울액션스쿨에서 만났다. 정 감독은 김 군에게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액션배우가 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겠다고 약속했다. 파주=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20일 오후 3시 경기 파주시 탄현면 서울액션스쿨. 한국 액션영화를 대표하는 무술감독이자 영화 ‘짝패’ 등에 출연한 액션배우 정두홍 씨(46)가 수줍게 인사하는 김명수(가명·18) 군을 반갑게 맞았다.
김 군은 2006년 남한에 정착한 어머니(43)가 2008년 12월 1000만 원을 주고 고용한 브로커와 함께 북한군의 삼엄한 감시를 뚫고 얼어붙은 압록강을 건너 탈북에 성공한 뒤 이듬해 인천의 한 중학교 2학년에 편입했다. 하지만 그해 일진들의 따돌림과 집단폭력에 시달리고 인터넷게임에 빠져 무기력하게 생활하다 지난해 3월 실업계 고교를 자퇴한 뒤 방황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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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만남은 새터민 청소년에 대한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나선 인천 남동경찰서가 김 군의 멘토로 지정한 보안과 최현권 경사(38)의 도움으로 이뤄졌다. 김 군은 지난달 28일 음식점에서 기자와 만나 “북한에서 기계체조를 4년간 배웠기 때문에 텀블링이나 무술엔 자신이 있어 액션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들은 최 경사가 주요 한국영화에서 무술 지도를 해온 정 씨에게 e메일을 보내 ‘김 군을 만나 용기를 북돋아 달라’고 부탁했고, 정 씨는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
정 씨는 우선 자신이 운영하는 액션스쿨의 천장에 설치된 와이어와 로프 등 액션연기 연습에 필요한 시설물을 김 군에게 보여줬다. 김 군은 이 스쿨에 다니는 교육생들이 집단 난투극을 연기하는 장면에서 정 씨가 직접 무술연기를 가르치는 것도 지켜봤다.
북한 탈출 과정과 가정환경 등을 듣던 정 씨는 김 군에게 “시골서 태어난 나는 네 나이 때 아무런 꿈도 없이 방황했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러면서 “너는 액션배우가 되겠다는 분명한 인생의 목표를 세운 만큼 열심히 노력하면 반드시 꿈을 이룰 수 있다”며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
아쉬운 작별을 앞두고 정 씨는 김 군에게 큰 선물을 줬다. “고교 졸업장을 받아오면 액션스쿨에서 무료로 교육을 받게 한 뒤 액션배우로 데뷔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겠다”고 약속한 것. 또 방학기간에는 언제든지 액션스쿨에서 연습하라고도 했다. 김 군은 “한국을 대표하는 무술감독을 만난 것이 꿈만 같다”며 “반드시 졸업장을 받아 액션스쿨을 다시 찾을 것”이라고 했다. 학교를 자퇴한 김 군은 최 경사의 설득과 인천시교육청의 도움을 받아 21일부터 인천 인평자동차고교 2학년에 전학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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