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천하제일 남가이’ ★★★★
청년 남가이(이길남·오른쪽)의 치명적 매력은 사망 사고를 부르고 이로 인해 부인을 잃은 경찰서장의 분노를 산다. 극단 하땅세 제공
그런데 몸을 한 번도 씻지 않아 온갖 불쾌한 냄새를 풍기는 남가이에게 사람들은 스스로도 납득하지 못할 묘한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다. 사람들의 마음을 단번에 매료시키는 능력은 그가 청년으로 성장하면서 폭발적으로 발현된다. 그의 마력은 남들보다 수십 배 강한 페로몬 분비에서 비롯되는데 심지어 남성까지 사로잡는다.
재담꾼인 소설가 성석제 씨가 2000년에 발표한 동명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극단 하땅세의 신작 연극 ‘천하제일 남가이’(윤조병 각색, 윤시중 연출)는 이렇듯 한 비천한 존재가 ‘초능력자’로 성장하는 영웅담을 기본 구조로 해 흥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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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극은 반(反)영웅담을 뛰어넘는다. 은유와 상징이 풍부해 관객 스스로 자유로이 해석할 여지가 많다. 가령 남가이의 매력은 문명과 동떨어져 생활하는, 즉 야성적인 상태에서 나온다. 똥은 그 자연성(性)을 상징하는 역설적 미학의 산물이다. 남가이라는 이름은 ‘남(男)+가이(guy·남자)’로도, ‘남쪽의 개’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극 막판 남가이가 국가가 운영하는 실험실에서 너무 쉽게 능력을 잃어버리면서 팽팽하게 유지되던 극적 긴장감이 갑자기 탁 풀려버리는 부분은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여배우(박성연)와 남배우(이길남)가 남가이를 번갈아 연기하도록 한 발상은 신선했지만 일관성이 부족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 i :: 31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2만∼2만5000원. 02-6406-8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