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주유소 - 정유사 협공에 이번주중 석유유통사 설립 추진… 독자 대리점 개설 나서
SK에너지로부터 기름을 받는 1040곳 자영 주유소 사장 모임인 한국자영주유소연합(옛 SK자영주유소연합)은 19일 “석유저장시설과 전국을 커버할 수 있는 운송차량을 확보한 만큼 이번 주 중 석유유통회사 ‘한국글로벌에너지’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 ‘샌드위치’ 된 자영 주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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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업계의 한 사장은 “정유회사를 바꾸려 해도 기존에 설치해 준 시설에 대한 비용을 요구하거나 값싼 다른 정유사의 기름을 혼합해서 팔았던 데 대해 막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해 공급처를 바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 정유회사가 주유소들이 다른 곳으로 공급처를 바꾸지 못하도록 방해하면서 담합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정부가 지난해 말 유통과정에 직접 개입해 주변 주유소보다 L당 최대 100원가량 싼 알뜰주유소까지 설립한 것도 직격탄이 됐다. 알뜰주유소로 인해 주변 기름값이 내려갔지만 정유회사들은 기존 가격을 고수하는 바람에 가격경쟁력이 크게 떨어져 벼랑 끝에 몰린 자영 주유소들이 ‘더 이상 못 참겠다’며 행동에 나선 것이다.
○ ‘너지(nudge) 효과’ 반기는 정부
SK 측은 자사 자영 주유소들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불만을 품은 일부 주유소의 움직임”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지만 속으로는 난감해 한다는 게 정유업계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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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정부는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라면서도 간접적인 개입을 통해 효과를 보는 ‘너지 효과’가 나타났다며 내심 반기고 있다. 당초 정부는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를 직접 통제할 수 없는 만큼 알뜰주유소를 설립해 간접적으로 압박할 의도였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 격인 이번 갈등의 승부수는 결국 한국글로벌에너지에 얼마나 많은 주유소들이 참여하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는 1040곳의 회원사 중 73곳만이 자영주유소연합 측에 확실하게 참여하겠다고 밝힌 상태라 전체 주유소(1만3000여 개) 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초기 참여업체들이 기존 정유사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정유사로부터 싼값에 기름을 받게 되면 나머지 자영 주유소들도 도미노처럼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게 자영주유소연합 측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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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여 개 업체가 시차를 두고 동참한다면 기존 유통시장을 뒤흔드는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주유소 업계는 한국글로벌에너지의 기름 공급자로 에쓰오일이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와 GS, 현대오일뱅크는 필요할 때 서로 기름을 공급해주는 상호보완 관계로 싼 기름을 공급하면서 다른 정유사의 ‘주유소 빼앗기’에 동참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사로부터 독자적으로 석유를 공급받는 에쓰오일은 시장점유율도 낮아 자영업체들에 대량으로 기름을 공급할 인센티브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