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의 대표적 경제통인 강봉균 의원이 그제 민주당 탈당과 정계 은퇴를 선언하며 “여야가 퍼주기 복지경쟁을 하면서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정치권에 직격탄을 날렸다. 강 의원은 “정치권이 정권을 잡는 데만 혈안이 돼 국민경제를 위협하는 공약들을 쏟아낸다”며 “그런데도 (무상복지) 바람이 부니까 아무도 바른 소리를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가 살아온 이력을 보면 낙천 분풀이 발언이라고 폄훼하기 어려운 진실(眞實)을 담고 있다. 강 의원은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과 재정경제부 장관을 하면서 외환위기 극복에 기여했고 16대부터 3선을 하는 동안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저기 듬뿍듬뿍 퍼주는 포퓰리즘 정책을 하면 (얼마 안 가) 나라의 곳간이 텅 빌 것”이라는 강 의원의 경고는 나라살림을 책임져본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무효화 등 대외 개방에 대해 폐쇄적으로 가면 한국경제의 앞날이 걱정된다”고 민주당에 쓴소리를 했다. 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는 강 의원의 이런 정체성을 문제 삼아 낙천시켰다. 나라가 어디로 흘러갈지 걱정스럽다.
민주당은 친노(친노무현) 강경세력이 주류를 장악하면서 합리적인 사람들이 설 자리를 잃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경제부총리 교육부총리 등 요직을 지낸 김진표 원내대표도 공천심사위의 정체성 시비에 걸려 낙천 위기에 몰렸다가 겨우 살아났다. 그 과정에서 김 원내대표는 강경파들의 비위를 맞추는 듯한 언행을 해 구차한 ‘정체성 세탁’이라는 말을 들었다.
2006년 당시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이던 강 의원은 “분배니 뭐니 거대담론은 헛소리”라며 대기업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등 경제 활성화 정책을 주장했다가 친노 세력에 비토당한 바 있다. 동아일보는 2007년 1월 6일 사설에서 “강 의원 같은 사람들이 정부 여당의 주류였다면 지금처럼 국민의 지지가 한 자릿수까지 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금 민주당은 그때와 비슷한 상황을 자초하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