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혜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교수
전문가들은 만 0∼2세 보육비 지원정책이 이렇게 복잡해진 것은 보육시설을 경유하도록 정책을 설계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보육이 정부의 관심사가 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 저출산 문제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부모가 자녀를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이 확충되면 출산율이 올라갈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2009년까지 20조 원 가까운 재정을 쏟아 부었지만 2001년 이후 합계출산율은 거의 변동이 없다.
같은 문제를 경험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오히려 부모가 가정에서 만 2세 미만 자녀를 돌보도록 하는 가정친화정책을 시행하면서 문제를 해결했다. 가정친화정책은 부모뿐만 아니라 영아들의 두뇌 성장과 이후의 발달에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정책이다. OECD는 만 2세 미만 영아가 가정 밖에서 양육되는 비율을 전체의 30% 미만으로 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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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 지원이 만 0∼2세에 한정되다 보니 다른 한편으로는 만 3∼5세 지원에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있을 수 있다. 다행히 정부는 만 3∼5세 어린이를 위해 초등 의무교육과 동일한 개념의 보편교육 과정인 누리 과정을 시행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생애 초기 기본교육과 보호에 대한 국가의 방향성은 분명히 설정된 것으로 보인다. 소득 수준이나 시설 이용, 맞벌이 여부와 관계없이 만 0∼2세를 위해서는 양육수당을, 만 3∼5세를 위해서는 선진화된 유아교육을 보편적으로 제공하되 맞벌이 가정과 같이 추가 수요가 필요한 계층에는 그에 적합한 지원을 하는 것이다.
현재 국가가 보육에 사용하는 재정이 결코 적다고 할 수 없음에도 어디에서, 누구를 위해, 어떻게 사용되도록 설계됐기에 가정에서 자녀를 기르는 부모도, 맞벌이 부부도, 교사도 만족하지 못한 채 시설과 재정이 끝없이 증가해야 하는지 요지경이라고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이 광풍의 정책 앞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가정이라는 가장 안정되고 행복한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이유도 모른 채 질도 담보할 수 없는 기관에서 하루 종일 지내야 하는 우리의 미래 인재들이다.
박은혜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