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의 성장 둔화가 일시적인 ‘성장통’인지, 글로벌 경기침체 국면의 장기화를 예고하는 징후인지는 속단하기 힘들다. 분명한 것은 위기에 빠진 브릭스 국가들에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버팀목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위기 탈출을 이끌 새로운 국가군(群)이나 신(新)산업이 나와야만 세계 경제도 활력을 되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 올해도 지난해 수준 성장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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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성장률을 발표한 브라질은 지난해 경제가 2.7% 성장하는 데 그쳐 2010년(7.5%)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인도 정부는 이달 끝나는 2011∼2012 회계연도의 성장률이 6.9%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년도(8.8%)보다 2%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수치로 2008년(4.9%) 이후 가장 낮다. 2010년 성장률이 10%를 넘었던 중국은 지난해 9.2%로 둔화됐고, 고유가로 그나마 선방해온 러시아도 지난해 12월 전년 동월 대비 성장률이 3.8%로 2010년의 실적(4.0%)보다 떨어졌다.
이 4개 국가의 경제는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는 올해 목표치를 아예 7.5%로 대폭 낮춰 잡았다. 아직 민간에서는 8%대를 예상하지만 이마저도 지난해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최악의 ‘성장률 쇼크’를 경험한 브라질 정부는 올해는 4∼5%로 다소 회복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민간의 전망치는 여전히 3% 초반에 머무른다. 종종 브릭스(BRICS)의 또 다른 멤버로 분류되는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올해 2.5% 성장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경고했다.
○ 침체 장기화하면 한국에 큰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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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이후 선진국과 신흥국의 엇갈린 정책 기조에서 원인을 찾을 수도 있다. 선진국에서 풀린 경기부양 자금의 유입으로 신흥국의 인플레이션 압박이 심해졌고 물가를 잡기 위해 중국 인도 등이 긴축정책을 쓰면서 경기가 둔화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흥국이 최근 10년간 세계 경기 호황 속에서 고도성장을 이뤄냈지만 스스로의 경제 체질 개선에는 실패해 이번에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러시아는 여전히 국가경제가 원자재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으며 브라질 인도 등도 부패나 빈부격차가 10년 전과 비교해 별로 개선된 게 없다는 지적이 많다. 브릭스 국가들이 일정 경제규모에 도달한 뒤 성장률이 장기 정체되는 ‘중진국의 함정’에 빠졌을지 모른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전문가들은 유로존 재정위기와 국제유가 급등 등 악재가 산적한 한국으로선 브릭스의 성장둔화는 달갑지 않은 시나리오라고 지적한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한국의 전체 수출 중 70%가 신흥국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흥국의 성장둔화는 한국의 수출둔화로 바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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