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위스 ‘바젤 월드’ 개막… 41개국 1815개 업체 참가
10일(현지 시간) 스위스 북서부 도시 바젤에서 열린 시계·주얼리 박람회 ‘바젤 월드’ 행사장. 세계 41개국에서 1815개 업체가 참가했다. 명보교역 제공
스위스 장인들이 만들어낸 럭셔리 시계에는 불황의 그늘이 없었다. 스위스 위블로는 이번 바젤 월드에서 세계 시계 역사상 가장 비싼 500만 달러(약 56억 원)짜리 제품을 내놓아 화제를 모았다. 다이아몬드 1200개가 촘촘히 박혀 있는 이 시계는 공개된 지 하루 만인 9일 팔렸다. 다른 시계업체들도 긍정적인 시장 전망을 토대로 신제품을 쏟아냈다.
럭셔리 시계업체들의 이 같은 자신감 뒤에는 아시아가 있다. 아시아는 부자들뿐 아니라 중산층도 시계에 예물 등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지갑을 열어 럭셔리 시계의 판매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럭셔리 스포츠 시계로 유명한 태그호이어는 한국 시장에서 예물시계 비중이 70∼80%에 달한다. 그래서 지난해에는 남녀 한 쌍의 시계를 한곳에 보관하는 케이스를 아시아에서만 선보이기도 했다. 국내 시계업체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아도 결혼하는 커플 수는 꾸준하기 때문에 아시아 시장은 다른 지역과 달리 안정적인 수요를 끌고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바젤에서는 예물 고객 등 아시아의 중산층을 잡기 위해 가격대를 낮춘 엔트리 모델도 눈에 띄게 늘었다. 제니스는 올해 처음으로 자사 무브먼트에 크로노그래프가 없는 시계를 800만 원대에 선보였다. 이 회사의 앤드리아 시스키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아시아에서는 단순하면서도 가치 있는 입문용 시계의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금을 모으면 부를 가져온다는 중국인들의 믿음을 반영한 시계도 대거 나왔다. 태그호이어, 브라이틀링, 제니스, 위블로 등 거의 모든 럭셔리 시계 브랜드는 금의 비중을 늘렸다. 주얼리업체 다미아니는 장수를 의미하는 보석 아쿠아마린으로 만든 반지를 내놓기도 했다.
럭셔리 시계 브랜드 브라이틀링이 이번 박람회에서 선보인 트랜스오션크로노그래프 유니타임. 브라이틀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