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의 남편 김재호 전 서울서부지법 판사(현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에게서 기소 청탁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된 박은정 전 서울서부지검 검사(현 인천지검 부천지청 검사)가 2일 사표를 제출했지만 대검찰청이 반려했다. 박 검사도 이날 오후 검찰 내부게시판에 올린 사의 표명 글을 내려 박 검사의 사표 제출은 철회 쪽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박 검사는 기소 청탁을 받았는지 등 핵심 의혹에 대해서는 계속 함구하면서 휴가를 내고 외부와 접촉을 끊어 의문이 가시지 않고 있다. 김 판사도 마찬가지다. 부인인 나 전 의원이 1일 기자회견을 열어 “남편이 기소 청탁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정작 본인은 입을 열지 않고 있다. 검찰과 법원 등 핵심 당사자가 속해 있는 두 기관도 입을 다물고 있어 국민의 궁금증만 커지고 있다.
○ 박 검사 등 핵심 당사자 계속 함구
박 검사가 글을 올리자 박 검사가 근무 중인 부천지청의 우병우 지청장과 송인택 차장은 박 검사를 면담하고 사의를 만류했다. 면담에서 “사직서를 왜 내느냐. 재고해 보라”는 말에 박 검사는 “잠도 못 자고 힘들어서 도저히 근무 못 하겠다. 휴가를 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검사는 일단 7일까지 휴가를 내고 이날 오전 10시 40분경 청사를 떠났다.
하지만 대검찰청은 이날 오전 11시 반경 박계현 대변인을 통해 “박 검사가 최근 사태와 관련해 사표를 제출했으나 대검은 현재로서는 박 검사에게 책임을 물을 사유가 없으므로 사직서를 반려할 예정”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박 검사는 이날 오후 검찰 내부게시판에 올렸던 사의표명의 글을 스스로 내려 사표 제출을 철회할 뜻을 내비쳤다.
전날 부인인 나 전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남편이 기소 청탁을 한 적 없다”며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내긴 했지만 의혹의 당사자인 김 판사의 침묵은 이날도 계속됐다. 경찰은 핵심 당사자에 대한 조사를 어떻게 할지조차도 여전히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경찰 수사 단계여서 뭐라고 이야기할 게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진상 파악 정도는 한 거냐” “시원하게 얘기를 좀 해 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같은 답을 반복했다. 법원도 사태를 관망하면서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 법조계 “의혹 커지는데 침묵한다고 해결되나” ▼
○ 법조계, “피한다고 해결될 문제 아니다”
기소 청탁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박 검사가 사표 제출이란 ‘초강수’를 들고 나온 점, 김 판사가 직접 해명하지 못하고 있는 점, 나 전 의원이 남편의 전화 접촉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히 아니라고 말하지 않고 있는 점, 자체적으로 경위를 파악한 대검찰청과 대법원이 “경찰 수사 중”이란 이유로 결과 공개를 꺼리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김 판사가 박 검사에게 전화를 걸었을 가능성 등 접촉은 있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박 검사와 김 판사 등 핵심 당사자 2명이 진실을 고백하고, 검찰과 법원도 파악된 만큼이라도 신속히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임지봉 교수는 “이번 사안은 현직 판사가 수사검사에게 기소를 청탁했다는 것이어서 만약 이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법원이든 검찰이든 조직에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라며 “이런 이유로 당사자들이 언론접촉을 피하고 함구하고 있지만 국민적 관심사가 된 이상 당사자가 회피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부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