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석수 증원 국민생각과 달라… 고유가 정부가 방관하는 인상”국무회의서 탁상행정 지적
이명박 대통령은 28일 국회가 19대 국회의원의 정수를 300석으로 한 자리 늘린 것과 관련해 “국회가 국민들의 생각과 달리 의석수를 이렇게 늘려 가니 큰일”이라고 말했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은 국회가 국방개혁법, 약사법, (탄소)배출권 거래제 관련법과 같은 시급한 법안은 제쳐 놓고 의석수 늘리는 일을 먼저 처리한 것은 국민 정서에도 맞지 않고, 일의 우선순위도 잘못됐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처럼 비판적인 의견을 냈지만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는 공직선거법 등 선거 관련 3개 법안을 의결했다. 정무 관계자는 “4·11총선을 치르기 위해서는 3월 초까지 선거법 정비가 끝나야 해 대통령의 거부권 등 다른 선택을 생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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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부처 장관들이 생업 현장의 목소리를 잘 챙기지 못하는 점을 지적했다. 박정하 대변인은 “대통령은 이를 탁상행정이라 불렀고 조목조목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주유소마다 (L당) 2000원이 넘는다는 보도를 봤다. (서민들의) 심리적 부담이 너무 크다”며 “정부가 방관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고 질책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은 같이 원유를 쓰고 하는데 왜 일본(기름값)은 영향을 받지 않는지, 일본과 우리가 무슨 차이가 있는지,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가 물가 관리를 과학적으로 하고 있는지 다시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또 주말 고속도로 할증료가 부가되면서 요금소 지체가 늘어나는 현상을 거론하면서 “고속도로 주말 할증으로 잔돈 내주고 계산하느라 시간이 더 걸린다면 오히려 국민에게 불편을 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요금이) 오르는 것도 짜증나는데 불편하게 해서 두 번 짜증나게 해서는 안 된다”며 세심한 정책 추진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교육과학기술부가 보고한 ‘주 5일제 수업대책’과 관련해 “대부분의 학생이 (토요일에) 움직여야 하는데 (사전에) 예산 편성 없이 가능한 일이냐”며 “(교육 현장의) 선생님들과 논의해야 현실적인 대안이 나온다. 계획을 다시 수립해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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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이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3년여 앞둔 시점에서 지휘구조를 보완하고, 전력을 보강해 독자적 방위능력을 갖추는 것은 한시도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며 국방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장교 합동 임관식’ 축사에서였다.
이 대통령은 “국방개혁은 우리 군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싸워 이길 수 있는 군을 만드는 것이며 앞으로 중단 없이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가 국방개혁법안 심의를 지연시키면서 국방개혁 관련 법안이 폐기될 위기에 처한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이어 이 대통령은 오찬행사에서 “외국 정상들을 만나면 ‘대한민국 군이 최고’라는 말을 듣는데, 인사치레가 아니라 진심이라는 걸 느낀다”며 참석한 군 지휘부와 임관 장교들을 격려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